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6 14:45

전문가들 "숙련노동자 없어 교육위한 비용과 불량률 오를 것"
공급 넘쳐나는데 유휴설비 아닌 공장신설…"수익성 기대못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소형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소형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독일의 '아우토5000'이 실패로 돌아간 점으로 미뤄볼 때 이를 벤치마킹한 광주형 일자리 역시 성공확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는 아우토5000과 차이점이 많은 데다 필연적으로 평균임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아우토5000은 지난 2002년 폭스바겐에서 만든 독립 자회사에서 5000명의 실업자를 고용한 프로젝트다.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최악의 실업률에 허덕이던 독일은 비용절감을 통해 고용 기회를 늘리겠다는 묘안을 짜냈다. 이에 따라 기존 노동자 대비 20% 낮춘 월급인 5000마르크를 지불하고 근로시간도 주 35시간으로 줄인 것이 독일의 아우토5000이다. 

이 같은 배경으로 설립된 아우토5000은 약 7년간 존속되다 2009년 초 다시 폭스바겐으로 편입됐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우토5000을 두고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해체된 아우토5000으로 미뤄볼 때 광주형 일자리는 가치가 없는 사업”이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익을 전혀 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아우토5000은 기존에 있던 유휴설비를 이용해 운영한 반면 광주형 일자리는 새로운 공장을 짓는 구조”라며 “국내 자동차 공장들은 대부분 생산물량이 남아도는데 또 다시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간 10만대 규모는 쌍용차와 비슷한데 쌍용차는 지속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광주형 일자리에서 10만대를 채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광주형 일자리에서 생산될 구체적인 차종은 물론 운영주체도 확실한 것이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는 명분으로 내세운 ‘반값 연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자동차를 제작하려면 숙련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신입으로 채용될 생산직 직원들은 그런 능력이 없다”며 “이들을 교육하려면 또 다시 기존 노동자들이 필요한 데 이렇게 되면 평균 인건비가 오를 수밖에 없고 제품의 불량률도 크게 올라 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현대차의 울산3공장에서 경형SUV 신차가 내년부터 생산되는데 광주형 일자리에서도 겹치는 차종이 만들어진다”며 “광주형 일자리 전용모델을 만들려면 개발비만 3000억원 이상 소요되는데다 이미 수요가 줄고 있는 국내 소형차시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고 있는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역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하 지부장은 지난 6일 울산공장에서 뉴스웍스와 만난 자리에서 “아우토5000은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도 함께 삭감했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삭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우토5000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과 임금이 비슷해지며 7년 만에 자회사 방식으로 통합해 사라졌다”며 “독일을 배우려면 아우토5000이 아니라 첨단산업의 연구개발을 국가가 주도하는 인더스트리 4.0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존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자 전기차 등 새로운 첨단산업에 발빠르게 대응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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