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8.11.19 10:42
18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18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문제 등을 놓고 정면충돌한 것이 공동선언문 채택 불발이라는 사태로 이어졌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21개 회원국들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결국 의장인 피터 오닐 파푸아뉴기니 총리 명의로 성명을 내는 것으로 대체됐다. APEC 정상회의가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1993년 첫 회의 이후 처음이다.

공동성명 불발의 단초는 무역정책이었다. 누가 공동성명에 반대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닐 총리는 “저 방 안에 있는 2명의 거인을 알지 않냐”며 반문했다.

WSJ에 따르면 공동성명 초안에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해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는 문장이 불씨가 됐다.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중국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이를 빼기를 원했고, 중국을 제외한 20개국은 이를 삽입하기를 원했다. 결국 '불공정한 무역관행' 이란 단어 때문에 APEC 공동성명 채택은 불발됐다고 WSJ은 전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양보없는 설전을 벌여 공동성명 불발이라는 사태를 예고했다. 전날 정상회의에서 두 사람은 무역 문제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등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해 회의 기간 내내 긴장을 높였다.

시 주석은 전날 APEC 최고경영자(CEO)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적 통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펜스 부통령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2배로 확대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또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직접 겨냥해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중국의 차관을 받아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나선 국가들이 빚더미에 짓눌리거나 그 시설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골적인 비난을 주고받으면서 펜스 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회동하지 않았고, 시 주석이 오닐 총리 옆에서 사진촬영을 할 때 펜스 부통령은 아에 촬영장을 떠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989년 설립된 APEC의 다자간 무역 질서가 중국의 강한 자기주장과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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