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9 14:38

KDI 보고서 "고용의 질 악화...정규직 노동유연성 필요"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16년 7월 6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16년 7월 6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정부의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일부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전체 근로자 수는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규제대상이 아닌 용역과 도급 사용이 오히려 증가해 고용의 양은 물론 질까지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되 기존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열린 정책포럼에서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기업의 고용결정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오히려 고용을 감소시키고 규제대상에서 빠진 비정규직 사용을 늘릴 수도 있다는 게 보고서의 주요내용이다. 

앞서 정부는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7월 비정규직법(기간제법‧파견법)을 시행했다. 기간제 근로자는 2년 이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판견근로자 역시 2년을 초고해 사용할 경우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노동의 질 및 강도, 권한 및 책임의 차이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차등 대우를 허용하도록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우람‧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사업체 패널조사 1~4차 연도자료를 이용해 이 같은 비정규직법이 기업의 고용결정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파견 근로자 비중이 높은 사업체 일수록 법 시행 이후 전체 고용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특히 규제대상인 기간제‧파견 근로자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정규직 비중이 늘었지만 제한이 없는 용역과 도급직도 함께 증가했다.

또 사업체들은 근로조건의 변경이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일수록 기간제를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KDI가 실시한 비정규직법에 대한 사용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조건 변경의 어려움이 1점 증가할 때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확률을 2.8%p 감소하고 전환 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을 확률도 2.6%p 줄어들었다.

특히 사업체 특성별로 비정규직법이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노조 사업장이 무노조 사업장에 비해 정규직 고용 증가효과는 상대적으로 작고 기타 비정규직 사용 증가효과는 상대적으로 컸다. 노조 유무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 것은 노조 자체보다는 사용자가 인식하는 근로조건의 경직성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의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KDI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남용에 대한 규제는 물론이고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그간의 비정규직 정책은 주로 비정규직 사용을 얼마나 규제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법적 규제만으로는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고 법의 보호를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적인 노동유연성의 개념을 임금와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으로 확장해 근로자가 원하는 고용안정성과 기업이 원하는 노동유연성을 균형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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