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1.29 16:37
한반도에 동족상잔의 참극을 불렀던 전쟁의 도발자 북한 김일성(오른쪽)이 참전했다 귀국하는 중공군을 환송하는 장면이다. 북한은 이제 핵개발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공갈과 협박-. 자주 듣는 말이다. 공갈협박에 관한 형사법 상의 죄목까지 있으니, 우리에게는 그리 먼 용어가 아니다. 두려움의 의미를 지닌 공(恐)과 꾸짖다, 소리치다 등의 새김인 갈(喝)이 뭉쳐 ‘공갈’을 이룬다. 남의 재물을 강제로 빼앗는 강도(强盜)에 조금 못 미치는 행위에 해당한다.

겨드랑이에서 갈비뼈인 늑골, 때로는 허리 위까지를 가리키는 글자가 협(脅)이다. 일찌감치 ‘위협하다’는 뜻을 획득했다. 그곳을 겨냥해 다가서며 압박하는 행위가 박(迫)이다. 따라서 협박은 위협적인 행동이나 발언 등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짓이다.

공갈은 속이 텅 빈 빵을 일컬을 때처럼 ‘공갈빵’이라는 단어로도 쓰인다. 시정잡배, 또는 시쳇말로 자주 쓰이는 ‘양아치’ 식의 공갈이 자주 행해지다 보면 그런 행위와 언동 등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는 곧 드러난다. 그래서 속이 텅 빈 놈들의 텅 빈 행위나 언동을 가끔씩 빌 공(空)자를 써서 ‘空喝(공갈)’로 표현키도 한다. ‘공갈빵’은 속 빈 강정, 허장성세(虛張聲勢)의 또 다른 표현이겠다.

문제는 ‘협박(脅迫)’이다. 왜 겨드랑이 밑을 가리키는 글자가 쓰였을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겨드랑이와 그 밑 늑골은 인체의 급소(急所)에 해당한다. 이곳에 타격이 가해지면 인체는 치명적인 해를 입는다. 아울러 겨드랑이 밑을 남에게 내준다고 생각해 보시라. 또 범인을 연행할 때 형사가 범인의 겨드랑이를 먼저 잡는 장면을 생각하면 답은 금세 나온다.

이는 인체의 아주 긴요한 곳 중의 하나다. 이곳을 남에게 내준다면 행동거지가 부자유스러울 뿐 아니라, 자칫 잘못 하면 생명까지 내줘야 한다. 칼이나 창 등으로 그곳을 노리는 상대가 있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그곳을 겨누며 두려움을 자극하는 행위가 곧 ‘협박’인 셈이다.

형사법 상의 해석으로는 공갈이 협박보다 더 큰 범죄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협박은 그에 다소 못 미치는 행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률적인 해석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둘 다 결코 유쾌한 일일 수 없다.

북한의 김씨 왕조가 뱉어내는 공갈과 협박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이 방어를 위한 합동 군사훈련에 나설라치면 ‘총공격 대기령’을 발동하며 역시 공갈과 협박에 나서는 게 보통이다. 핵개발에 장거리 로켓 발사 등에 나서면서는 그런 행태가 더 자주 보인다. 恐喝(공갈)이려니 하면서 듣다가, 때로는 空喝(공갈)로 들린다. 급기야 이제는 그 횟수가 지나칠 정도로 많아져 아예 드러내 놓고 그 짓을 벌인다는 뜻에서 ‘公喝(공갈)’이라는 표현도 떠올려 본다.

공갈빵처럼 겉이 부풀려진 작태라는 생각도 들지만, 국민 굶기면서도 강행한 핵개발 흔적 때문에 우리의 ‘옆구리’가 시려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 공갈과 협박에 겁먹지 않고 ‘오냐 덤빌 테면 덤벼라’며 자신감 있게 나서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답은 아주 뻔하다. 스스로 강해지는 일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한자 풀이>

恐(두려울 공): 두렵다, 두려워하다. 공갈하다, 위협하다, 으르다. 염려하다, 조심하다. 두려움. 아마도.

喝(꾸짖을 갈, 목이 멜 애): 꾸짖다, 나무라다. 으르다, 위협하다. 고함치다, 외치다. 큰소리/(애) 목이 메다. 소리를 죽여 울다. 목이 잠긴 소리.

脅(위협할 협, 겨드랑이 협): 위협하다, 으르다. 꾸짖다, 책망하다, 비난하다. 웅크리다, 움츠리다. 겨드랑이, 옆구리, 갈빗대. 곁.

迫(핍박할 박): 핍박하다. 닥치다. 줄어들다. 가까이하다. 가난해서 어렵다, 궁하다. 좁다. 몰리다. 다가오다. 다그치다.

 

<중국어&성어>

恐吓(嚇) kǒng hè: 우리가 쓰는 ‘공갈’과 같은 의미다. 중국 형법 상의 죄목으로, 한국 법률용어인 ‘공갈’과 동의어다. 일반적인 쓰임새 또한 한국어에서의 ‘공갈’과 거의 같다.

胁(脅)迫 xié pò: 역시 한국어에서의 ‘협박’과 같은 의미다. 형법 죄목인 점도 같다.

威胁 wēi xié: 우리에게도 친숙한 단어, 곧 ‘위협’이다. 자신이 지닌 무력 등으로 남을 협박하는 행위다.

掣肘 chè zhǒu: ‘掣’는 ‘끌 체, 당길 철’의 새김과 발음을 지닌 한자다. ‘肘’는 ‘팔꿈치 주’다. 따라서 ‘掣肘’는 ‘팔꿈치를 당긴다’는 의미의 단어다. 중국식으로는 스토리, 즉 故事가 있는 성어다. 공자의 제자가 한 지방을 다스리면서 아전에게 글을 쓰도록 한 뒤 팔꿈치를 잡고서는 제대로 쓸 수 없게 만들었다는 스토리다. 그 제자는 이로써 군주가 자신의 지방 행정에 지나치게 간여하면 곤란하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내용. 남을 방해하다,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막아서다 등의 뜻으로 쓴다. 그 ‘팔꿈치’나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脅, 즉 우리말의 ‘옆구리’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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