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1.29 16:46

일본이 추가 금융완화책으로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경제성장 둔화와 중국발 금융시장 혼란, 저물가 등에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카드이다. 

일본은행(BOJ)은 29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로 결정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외환시장의 엔화가치는 달러당 121엔대까지 떨어졌고 도쿄증시의 닛케이 225지수는 3.2% 오르며 장을 마쳤다.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제 유럽중앙은행(ECB)도 저물가 방어를 위해 오는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확대 등의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이미 대규모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바야흐로 주요국들이 유동성 공급을 늘려 자국 경제를 살리려는 통화전쟁이 시작된 모습이다. 

◆ 경제 악화...디플레 위기감 고조, 고육지책

일본은행은 마이너스금리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사상 최대규모의 국채, 부동산투자신탁 등 자산매입계획(연간 80조엔)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성명에서 “(경기하강) 징후에 선제 대응하고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자산매입계획의 효과가 제한적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아울러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시기를 종전에 설정한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후반쯤’에서 ‘2017회계연도 전반쯤’으로 미뤘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1%상승하는데 그쳤다. 

일본의 위험한 행보는 아베 신조 총리의 지속된 경기부양 노력에도 오히려 디플레이션 징후까지 나타나는데 따른 처방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중국경제 경착륙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수년간 약세를 보인 엔화도 강세로 돌아서면서 추가적 경기부양 압박은 더욱 커졌다.

일본의 실물경제지표는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1.4% 감소했고 가계지출은 4.4%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유가하락과 엔화강세 상황속에서 물가상승률은 제로수준이면서 일본은행이 양적완화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예금비용 필요...대출하면 이자받아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유로존(-0.3%), 스위스(-0.75%), 스웨덴(-0.35%) 등이 있다. 이중 유로존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주요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이후 유럽 몇몇 나라들이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예금에 수수료를 부과한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대신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덴마크의 경우 소비자가 대출받으면 이자를 도리어 받는다. 

상식적으로 가계와 기업에 대한 은행대출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경제상식’을 뛰어넘었다. 

가장 큰 우려는 실물자산의 거품이다. 덴마크의 경우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는 통에 지난해 상반기 중 아파트 평균가격이 지난해 보다 8% 올랐다. 스웨덴은 16%나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예금이자’ 때문에 현금을 집에 쌓아두고 직거래를 했고 금융회사들은 대출비용을 걱정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손실이 커졌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대한 효과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인데 일본도 위험한 게임에 뛰어든 것이다. 

최근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경기 침체를 전제로 ‘마이너스 금리’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이익 보다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함에 따라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수출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기업사이에 놓인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엔캐리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아시아 주요증시는 일본 금리인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막판 상승세를 타며 강보합으로 끝났고 상하이종합지수는 3.09%, 홍콩 항셍지수는 2.07%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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