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21 05:40

5만 조합원 현대차 노조도 동참 "광주형일자리 폐기"도 주장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하부영(왼쪽 세번째) 현대차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광주형일자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지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하부영(왼쪽 세번째) 현대차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광주형일자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지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민주노총이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발해 21일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와 ILO 기본협약 비준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날 5만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현대차 노조도 총파업에 동참해 힘을 보태고 광주형 일자리 폐기를 촉구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2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LO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전면개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계는 멈춰있고 탄력근로 기간확대와 노동법 개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21일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투쟁을 결의한 핵심 배경은 정부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에 있다. 탄력근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특정 주간에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해 노동환경이 악화된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5일 탄련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6개월~1년 정도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탄력근로제란 일이 많을 때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일이 없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현행 최장 3개월인 단위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경영계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근로제를 노동시장 환경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비율(3.4%)이 매우 낮은 이유는 단위기간이 짧아 제도 설계와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위기간이 1년으로 늘어난다면 근로시간 조정이 용이해져 기업들이 제도를 활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게 경영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정부는 이 같은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늘리기로 결정된 상태다. 

하지만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무력화시키고 장시간 노동구조를 지속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의 확대는 최대 주 8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하고 최대 7%의 실질임금 삭감,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 영세‧중소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우리나라에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가 아닌 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력근로 확대가 추진 되기 앞서 노동시간 규제 관련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연속휴식시간제 도입, 노동시간 규제 강화, 주 40시간 이상 노동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 노조결성 확대와 단체교섭을 통한 노사합의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개 특례업종 폐지와 연간 2주~4주 이상의 장기 휴가제도 도입, 정부 차원의 노동시간 전수조사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민주노총은 이와 더불어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개정도 총파업을 통해 요구할 방침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ILO가 권고하는 8가지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 단결권, 강제노동 폐지 등 4가지를 비준하지 않은 20개국 중 하나다.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당시부터 ILO 기본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지속적으로 미뤄왔다. ILO 기준에 따라 노동법을 개정하면 해고자들의 기업별 노조 가입이 허용되고 교섭대표 노조가 아닌 소수 노조의 교섭요구도 수용해야 하는 데다 불법파업시 업무방해죄도 적용할 수 없어 경영계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탄력근로 확대 저지를 넘어 장시간 불규칙 노동과 노동시간 선택권리 확대, 휴식권 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기초연금,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줬다 뺏는 노동정책 3종 세트를 주제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은 총파업 투쟁 전후로 노사정 TV 공개토론 제안, 대국민 여론조사 실시 및 결과 발표, 각 산업별 장시간 노동실태와 탄력근로제 도입시 발생하는 피해사례 증언대회 등을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역시 이날 총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1조는 오후 1시30분부터, 2조는 오후 10시 30분부터 각각 2시간씩 파업에 들어간다. 현대차 노조는 정부와 광주시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라며 총력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지부는 지난 16일 울산과학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을 배제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광주형일자리가 현실화되면 현대차와 부품사들은 구조조정으로 내몰려 울산경제 전체가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자동차 공장 대부분이 일감부족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공장신설은 공멸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가 광주형일자리에 투자결정을 내릴 경우 즉각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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