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22 05:50

"폭발 위험성 없다"는 캠페인 필요…저장탱크도 안전성 확보
국내 충전소 9곳 뿐…수소생산부터 저장까지 혁신 나설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수소버스 타다가 터지면 다 죽는 것 아니야?” 수소전기버스가 서울 405번 버스에 투입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친구의 문자 내용이다. 

앞서 현대차는 정부 및 전국 8곳 지자체와 MOU를 맺고 내년부터 수소전기버스 30대를 전국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소버스를 ‘수소폭탄’과 연결짓고 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늘상 전쟁의 위험에 놓여있는 분단국가라 그런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유독 ‘수소’라는 말에 민감한 듯하다. 20년 전 개봉해 62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쉬리’에서 CTX라는 수소액체폭탄이 등장했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소충전소를 공동주택과 50m 이상 떨어진 곳에 배치하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수소충전소의 입지를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들조차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도 지난 10월 14일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열린 투싼ix 택시의 수소충전 시연에서 "파리는 수소충전소가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한국은 수소에 대한 오해, 안전기준 등으로 도시 외곽에 주로 설치되고 있다”며 “프랑스 사례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말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는 수소폭탄만큼 위험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전기차가 쓰는 수소연료는 수소폭탄에서 쓰는 중수소와 원자식이 다른데다 화학적인 반응식도 달라 폭발의 위험성이 거의 없다. 물론 수소 연료가 누출될 경우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다른 연료도 마찬가지다. 

수소연료 자체는 안전하지만 누출될 경우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각 제조사들은 수소탱크의 안전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수소탱크에 총격시험, 파열시험 등을 포함한 안전 인증시험은 물론 수소밸브 부위 직접 충돌, 후진 시 수소탱크 하부 타격시험 및 화재 안전성 평가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 안전성을 거듭 점검했다고 한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사진제공=현대자동차)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전기차는 공해물질과 이산화탄소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고 오히려 공기를 정화해주는 기특한 자동차다. 특히 전기차에 비해 충전시간이 매우 짧고 한번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고효율성이 강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소전기차가 기지재를 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14억대 가운데 수소전기차는 고작 7000여대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양산체제를 구축했지만 연간 3000대 수준이다. 가장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도 수소충전소는 34기 정도에 불과하다. 수소전기차 기술에서 한 발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현대차의 안방인 우리나라도 수소충전소는 단 9곳 뿐이다. 

서울시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되는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사진제공=현대차)
서울시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되는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사진제공=현대차)

수소전기차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충전인프라 확대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현재 정부(2250만원)와 지자체(최대 1250만원)의 보조금을 합치면 7000만원대의 넥쏘를 3000만원대에 살 수 있지만 현재로선 충전소 인근 거주자들 밖에 구입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업계 차원에서 대대적인 안전성 홍보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기껏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제품과 인프라를 마련해놓고 엉뚱한 루머로 대중화에 실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대차 등 제조사와 정부, 지자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야 한다. 현대차는 넥쏘를 비롯한 수소전기차의 안전성과 품질경쟁력을 위한 연구개발에 힘써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 단위의 충전인프라 구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업계와 정부가 2022년까지 총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약속을 구호로 전락시키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현재로선 수소전기차가 별로 없어 수소충전소의 적자는 불가피하지만 인프라가 받쳐준다면 정부 목표인 1만5000대 보급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존 주유소와의 연계나 이동형 충전소 등을 적극 추진해 당장의 적자를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소에너지의 이동과 저장은 물론 생산에 대한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부생수소(원유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수소)를 사용하고 있어 화석연료와 완전히 분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수소전기버스의 보급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연료인 수소를 물이 아닌 석유에서 뽑아내는 것은 '궁극의 친환경차'로서 낯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연구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최대 150만대의 자율주행 택시와 최대 70만대의 자율주행 셔틀에 수소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2050년에는 수소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수요량의 18%를 담당하고 승용차 4억대, 트럭 2000만대, 버스 5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위기에 내몰린 국내 자동차 산업을 지킬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업계와 정부의 강력한 투자와 지원으로 우리나라를 수소전기차의 테스트베드‘로 만든다면 정부의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속가능발전‘의 실마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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