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2.04 16:05

오랜 여야간 진통 끝에 결국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일명 ‘원샷법’이 4일 오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통과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은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업들은 사후 약방문식 구조조정에서 탈피, 경영 실적과 경기 전망에 따라 공급과잉을 막는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은 정부가 공표하면, 6개월 후 시행하도록 정해져있다. 정부의 시행 절차가 남았으나,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이 법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원샷법의 핵심 내용은 ‘선제적인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유도’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구조조정 법규는 주로 회사가 부도나거나 파산에 이른 뒤에 행해지는 ‘사후적’인 조치이면서 동시에 금융당국이나 채권단, 법원 등에 의해 타율적으로 행해지는 것과 달리, 원샷법은 기업 차원의 독자적인 사업재편을 돕는다. 

원샷법은 신용등급이 A등급이거나 B등급인 ‘정상 기업’인 경우일지라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재편을 신청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그 경우 3년 동안 원샷법 상의 특례를 누릴 수 있다. 

내용은 크게 다섯가지로 정리된다. ▲ 상법 적용의 완화 ▲ 공정거래법상 규제 적용 유예 ▲ 세제·자음 지원 ▲ 피고용자 사회안전망 제 등이다. 

분할에 의해 설립되는 회사의 순자산액이 승인 기업의 자산의 10% 미만일 경우에는 주주총회 대신 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으며,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가 소멸하는 회사의 주식을 90% 이상 소유해야 하는 것을 3분의 2로 기준을 낮춰준다. 합병·분할이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영업의 양도와 양수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주주총회 소집 통지일을 7일전에서 2주 전으로 늘려주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유예 기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해주며 지주회사가 보유하는 종손회사 지분율을 기존 100%에서 50%까지 하향 조정한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거나 기존 순환출자고리가 강화됐을 경우 이를 해소해야 하는 시한을 현행법상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주는 방안도 담고 있다. 

한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에 필요한 각종 세제·자금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사업혁신에 따르는 연구개발도 지원할 수 있다. 사업재편과 관련된 규제 애로를 호소하면 정부 당국이 즉각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원샷법이 통과됨에 따라 향후 산업계 질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싶어 하는 그룹사의 경우 원샷법상의 규제 적용 유예 등이 유인책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을 50%만 보유해도 되기 때문에 지주회사 체계로 바꾸는 것이 용이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원샷법으로 인해 우려되는 ‘불법·편법 승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방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 새누리당 측의 설명이다. 경영권 승계내 지배구조 강화 등 ‘다른 목적’을 위해 해당 제도를 악용할 경우, 적발시 지원금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여할 방침이며,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계열사는 배제해야 한다는 부칙을 담았다. 

당초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과 함께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북한인권법 문구 조정을 두고 이견이 생겨 원샷법만 단독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막판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우선이라며 본회의 불참을 선언, 결국 본회의 개최가 불발됐다. 

이후 새누리당은 더민주의 약속 파기를 집중 비판하며 즉각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3일 양당 원내대표가 직접 서명한 합의문이 있어,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정 의장은 이 같은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4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고, 더민주가 본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혀 이른바 '반쪽 국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 됐었다. 그러나 4일 오전 이종걸 원내대표가 선거구 획정안을 12일까지 처리하겠다는 조건으로 본회에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정 의장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결국 더민주는 4일 본회의장에 입장, 원샷법을 함께 처리했다. 재석 의원 223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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