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23 11:27

김기남 사장 "2028년까지 차질없이 보상할 것"…개인 최대 1.5억원
반올림 "사과 충분하지 않지만 받아 들이겠다...보상범위 넓혀 다행"

23일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왼쪽부터)와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중재안에 서명한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YTN생방송 캡처)
23일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왼쪽부터)와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중재안에 서명한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YTN생방송 캡처)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이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모두 수용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2028년까지 차질없이 보상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로써 백혈병 문제가 불거진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분쟁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 사장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향후 구체적인 보상방안과 이행계획을 설명했다.  

김 사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성심껏 논의에 참여해 주신 반올림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 받으셨는데도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고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전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병으로 고통 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다”고 사과했다.  

특히 김 사장은 이날 조정회의 중재안에 따른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설명했다. 김 사장은 “올해 11월 1일 발표된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해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며 “보상 업무는 중재 판정에서 정한대로 반올림과의 합의에 따라 제 3의 독립기관인 법무법인 지평에 위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로 선임하는데 반올림과 합의했다.

반올림 피해자 대표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는 솔직히 직업병 피해 가족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보상안이 대상을 대폭 넓혀 반올림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포함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보상범위에 들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향후 보상방안이 마련해 달라”며 “정부와 국회는 안전보건에 관한 사업주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법 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들은 솔선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중재안에서 정한 지원보상안과 지원보상위원장이 정하는 세부 사항에 따라 2028년까지 보상을 끝낼 방침이다. 또 삼성전자는 중재 판정에 명시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는 내용도 반올림과 합의했다. 삼성전자와 법무법인 지평은 빠른 시일 안에 피해자 지원보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지원보상 사무국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초 개설되는 사무국을 통해 이르면 올해 안에 보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앞서 조정위는 지난 1일 보상범위와 액수 등을 담은 중재안을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각각 전달했다. 보상 대상은 삼성전자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현직자와 퇴직자 전원이다. 보상액은 백혈병은 최대 1억5000만원이며 구체적 액수는 근무장소, 근속 기간, 질병 중증도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한편 삼성전자의 노동자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3월 삼성 반도체3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씨의 사망에서 시작됐다. 이듬해 3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인 반올림이 결성됐고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돼 왔지만 지난 10여년 간 뚜렷한 진전을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조정위가 올해 1월 전달한 중재 제안을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모두 수용하면서 11년 만에 분쟁이 일단락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조정이 아닌 양측이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강제성을 가진 '중재' 방식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사진=반올림 페이스북)
(사진=반올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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