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11.23 16:55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증권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2007년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12년만이다.

유 사장은 직장생활은 실로 ‘전설’이나 다름없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유 사장은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88년 당시 증권업계 1위인 옛 대우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1992∼1999년 대우증권 런던법인 재직 시절, 당시 한국 주식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해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로 불리기도 했다.

메리츠증권 등을 거쳐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2005년에 부사장이 됐고 2007년 47살의 나이로 최연소 CEO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국투자증권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매년 연임을 이어오며 증권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가 써내려온 역사만큼 마지막도 아름다웠다. 스스로 ‘행복한 증권맨’이라고 칭하며 그간의 고마움을 세간에 드러낸 글을 읽는 동안 유 사장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유 사장은 23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최고경영진 인사가 발표된 직후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증권업계 사상 역대 최대의 실적이 기대된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 올 최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988년 10월 증권업계에 입문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다. 30년 중 직원 생활 11년, 임원 생활 19년을 지냈다. 그 가운데 CEO를 12년간 역임했다. 너무나 과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2'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학적으로도 한 시대의 완벽한 완성 내지 마무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동안 많이 이끌어 주고 또 믿고 따라와 준 선후배님들 덕분"이라며 주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난 12년간 보여준 성과에 대해서도 자랑스럽게 언급했다. 그는 "지난 12년간 CEO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매년 최고의 이익을 기록해 왔다는 것이 아니라 CEO 취임 이후 단연 업계 최고인 138개의 기업을 상장시켜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점과 과거 수 년 전 증권업계가 어려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때도 일체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경쟁사 대비 2~3배 이상의 신입 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 두 가지는 제가 감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회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 저는 비록 예전의 일상적인 오퍼레이션은 내려놓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로 회사와 자본시장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우리 나이로 60세를 앞두고 대표이사에선 물러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한국투자증권에 힘을 보탤 유 사장의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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