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박사 "전속거래가 자동차산업 성장 발목"
이항구 박사 "전속거래가 자동차산업 성장 발목"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8.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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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산업硏 박사 인터뷰 ㊦] 부품산업 경쟁력 위해 폐지 바람직
미래차 연구개발인력 부족하고 학자들은 진영싸움에만 매몰도 문제
위쪽부터 쉐보레 볼트EV, 기아차 니로EV,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사진=뉴스웍스DB)
위쪽부터 쉐보레 볼트EV, 기아차 니로EV,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전속거래’ 문제를 정부가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또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연구·개발인력 양성과 신뢰성 높은 데이터 구축, 각 정부부처의 정책추진 일원화 등도 주문했다.

이 연구위원은 22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진방안 세미나’ 직후 뉴스웍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수요 둔화 속에 국내 자동차산업은 겨울 속 긴 터널에 진입했다”며 “전속거래 구조로 ‘결국 자동차를 해체 지경’으로 만든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75년 중소기업 계열화 촉진법을 만들어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업체 협력사들은 다른기업과의 협력이 불가능해지면서 산업 전체의 성장도 발목이 잡혔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당시 정부는 전속거래를 퉁해 사업 중복을 막아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압축성장에 성공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통해 협력사와 대기업 간 갑을관계가 심화돼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전속거래가 불공정거래로 이어지면서 협력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GM이 파산할 당시 협력사들은 살아남았지만 우리는 완성차업체는 버티지만 아래가 전부 무너지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이 쓰러지면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한 만큼 발 빠르게 제도를 보완해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우리 자동차산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천기술이 없기 때문”이라며 “미래차 기술력을 키우려면 기초과학 연구가 바탕이 돼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초과학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R&D 관련 통계나 데이터도 부실한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박경보기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박경보기자)

이와 관련해 그는 우리나라엔 미래차 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연구자들도 진영싸움에만 매몰돼 있다고 일갈했다. 산업 육성의 주체인 산·학·연이 장기적인 발전계획 수립에 실패한 채 밥그릇 싸움만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 연구를 30년 가까이 했는데 정작 같이 연구할 사람이 부족하다”며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등장으로 복잡해지는 자동차 산업구조를 구체적으로 조망해야 하는데 학자들은 플랫폼이나 AI 등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소들이 대기업 산하로 붙어있다 보니 연구결과와 통계자료들도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모델이 부족한 현대차는 EU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당장 2021년에 1조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할 수 있다”며 “벌금을 안내려면 전기차를 적극 육성해야 하는데 밥그릇을 의식한 일부 학자들은 엉뚱한 수소전기차를 이야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180만대에 달하지만 수소전기차는 기껏해야 1000대 수준”이라며 “전기차가 얻는 크레딧이 전기차가 3이면 수소전기차는 5인데 당장 뭘 해야 할지는 초등학생도 알 것”이라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수소전기차 시장은 한정적인 인프라 때문에 전기차처럼 단시간에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부생수소의 공급이 쉽지 않아 본격적인 상용화는 2040년이 되어서야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그는 또 “현대차가 수소전기차에 치중하는 것은 경쟁사인 토요타의 농간으로도 볼 수 있다”며 “2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토요타는 수소전기차에 1조원을 투입해도 되지만 3~4조 버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요타가 현대차를 수소전기차 시장으로 끌어들인 뒤 정작 자신들은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수소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유통 등의 한계로 상용화가 늦어지는 수소전기차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신산업은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1%를 넘어가면 수요가 급격히 오르는데 전기차 점유율은 올해 1%를 돌파한다”며 “하지만 수요에 비해 보조금이 모자라고 충전인프라도 개수만 많을 뿐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산업을 둘러싸고 엇갈린 목소리를 정부 차원에서 하나로 모아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만난 관계부처만 해도 10군데가 넘는데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각 정부부처는 물론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성장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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