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11.26 11:36

복지부, 현실과 맞지 않게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 개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지난 2월부터 실시된 ‘존엄사법’의 비현실적인 규정이 개선된다. 이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합의가 필요한 환자의 가족 범위가 줄고, 중단할 수 있는 의료의 종류는 넓어진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임종기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시행일은 2019년 3월 28일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혈액투석·항암제투여·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착용 등 4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원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이른바 ‘웰다잉법’이다. 지난 2월 4일부터 실시됐다.

현행법은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건강할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말기·임종기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가족 2인 이상이 진술한 경우, 가족 전원이 동의한 경우 등 4가지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족 전원 동의' 규정은 현실과 맞지 않게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컨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의 동의' 규정에 따라 80∼90대 고령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배우자·자녀·손주·증손주 등 모든 직계혈족과 연락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일이 생겼다. '가족 전원'을 불러모아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중 한두 명의 직계혈족만 연락이 닿지 않아도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내년 3월 28일부터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도 현재 4개에서 훨씬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해 임종기 환자의 생명만 연장할 뿐인 각종 의료시술을 중단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 검토 중인 연명의료 중단 대상 시술로는 체외생명유지술(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이다.

웰다잉법 시행 후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목숨을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택하는 방향으로 임종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기로 한 환자는 지난 10월 3일까지 2만742명에 달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8개월 만이다.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자 1만2544명, 여자 8198명이었다.

구체적으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가 6836명(33%)이었다.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가 회복 불가능 상황에 부닥치자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154명(0.7%)이다.

미처 연명의료계획서를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서는 바람에 환자의 의향을 확인하기 어렵게 된 환자 가운데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이나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각각 6224명, 7528명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 환자의 66.3%를 차지했다.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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