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27 13:43

법인분리 문제 등에도 회피성 대답으로 일관..."정상화 의지 있나"

카허 카젬(왼쪽 두번째) 한국지엠 사장이 27일 오전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더 뉴 말리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박경보기자)
카허 카젬(왼쪽 두번째) 한국지엠 사장이 27일 오전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더 뉴 말리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이 신형 말리부 등 신차를 잇따라 내놓고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카허 카젬 사장의 태도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분리와 직영서비스센터 외주화, 글로벌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카젬 사장은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한국지엠 철수설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은 것을 잘 알고 있고, 신뢰회복을 최우선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최근 그의 행보는 ‘신뢰 회복’과 동떨어진 듯한 모양새다. 

카젬 사장은 27일 오전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더 뉴 말리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지만 기자들이 묻는 질문들에는 모두 즉답을 피하며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카젬 사장은 직영서비스센터의 외주화 계획 백지화를 노사간 합의해놓고도 합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현재 회사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정부와 GM본사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많은 부분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노조와 논의 중“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또 GM의 북미 구조조정 계획이 한국지엠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난 5월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발표한 뒤 신형 말리부를 비롯한 새로운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며 “경영정상화 계획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고 향후 5년간 15개의 새로운 모델을 소개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그는 또 신설법인에 대해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능력은 GM본사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고 신설법인을 통해 더 많은 글로벌 업무를 배정받아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의의 핵심내용을 비켜가는 답변인 셈이다.  

앞서 GM 본사는 26일(현지시간)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북미에서 1만여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개 해외공장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한국지엠이 살생부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GM본사는 이미 한국지엠의 구조조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카젬 사장으로서는 모호한 발언 밖에 할 수 없다”며 “GM은 고정비 절감을 최우선으로 삼은 뒤 글로벌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지엠에 대해서도 타이밍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지엠의 태도는 GM이 앞서 호주시장에서 철수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두고 봐야 알겠지만 카젬 사장의 태도를 보면 조만간 한국지엠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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