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8.11.29 12:00

말테 스터커 IBS 연구위원, 강사라 UNIST 교수 연구팀

북극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은 해빙을 녹여 표면의 빛 반사율을 낮춘다. 햇빛이 토양과 바다에 직접 도달하며 온난화가 가속된다. <그림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지난 100여 년간 지구는 꾸준히 달궈졌지만, 지구 전체의 온도가 균일하게 상승한 것은 아니다. 북극해를 둘러싼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뜨거워졌다. 북극 지역의 온난화가 유독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상을 ‘북극 증폭’이라 한다.

말테 스터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은 강사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를 비롯해 미국, 호주, 중국 등 국제 공동연구진과 함께 북극 증폭이 북극의 지역적 메커니즘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북극 증폭이란 개념은 오래전에 제시됐지만, 주요 유발 요인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증폭의 원인을 북극 지역 내부에서 찾은 ‘지역적 메커니즘’이 등장했다.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열을 잡아둬 지표면의 온난화를 유발한다.

북극지역에서는 더 치명적이다.

눈과 빙하는 본래 햇빛을 반사시키지만 온도 상승과 함께 녹아내릴 경우, 햇빛이 그대로 토양과 바다의 표면에 도달하며 온난화를 가속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극지방은 지표면의 대기와 상층부 대기 사이 열에너지 교환이 적어, 냉각 효율이 떨어진다. 지역적 메커니즘은 이 같은 극지방의 특성으로 인해 북극 증폭이 유발된다는 모델로, 표면 반사율의 하락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정설로 여겨지던 이 메커니즘은 2000년대에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기후 모델이 등장하며 ‘원거리 메커니즘’이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시됐다.

원거리 메커니즘은 온실가스가 열대, 중위도 지역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멕시코 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따뜻한 해수를 북극해까지 운반하면서 북극 근처의 해빙을 녹인다는 모델이다. 기후변화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학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요인을 찾아 기후변화를 명백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스터커 연구위원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새로운 실험을 설계했다.

표면 반사율 감소, 대기 순환, 열대 및 중위도 지역의 온난화, 해류 변화 등 북극권 온난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을 규명하고, 각 요인을 모두 적용해 1951년부터 2017년에 걸친 장기간의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개별 요인에 대한 민감도 실험을 진행하며 현재의 기후 상황과 비교했다. 그 결과 북극 지역 내부의 요인만 적용한 경우에도 북극해 지역의 온난화가 강화된 실제 기후 상황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원거리 메커니즘은 제한적인 역할만 할뿐, 지역적 메커니즘만으로도 북극 증폭이 야기된다는 의미다.

이 연구는 극지방의 빙하와 생태계가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 증폭은 비단 북극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범지구적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북극 지역 바깥쪽의 지구 온난화 현상은 해양의 온도를 증가시켜 따뜻해진 열을 지구 곳곳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북극 지역 빙하 부피의 감소는 범지구적인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향후 현장 실험과 장기간에 걸친 인공위성 관측 결과를 토대로 북극 뿐 아니라 범지구적 온난화를 유발하는 요인을 검증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지난 20일자에 실렸다. 

말테 스터커(왼쪽) 연구위원, 강사라 교수 사진제공=IBS
말테 스터커(왼쪽) 연구위원, 강사라 교수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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