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8.11.28 23:57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사진제공=항공우주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3, 2, 1… '발사'"

지난 28일 오후 4시.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되는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길이 25.8m·최대 지름은 2.6m·무게는 52.1t 규모의 육중한 발사체는 굉음을 내며 창공을 갈랐다. 곧 이어 빨간색 점으로 변하더니 이윽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발사는 대성공이었다. 

시험발사체는 발사부터 낙하까지 492.1초 동안 날았다. 시험발사체 순수 연소시간은 총 151초였다. 발사 성공의 기준이 되던 마의 140초를 11초나 초과한 것이다. 

분석 결과 엔진 연소가 끝난 151초에 발사체의 고도는 75km였음을 파악했다. 시험발사체는 이후 관성비행을 거쳐 발사 319초에 최대고도 209km에 도달했다. 최대 고도에 도달한 발사체는 포물선형 비행궤적을 따라 나로우주센터에서 429km 떨어진 제주도 남동쪽 공해상에 떨어졌다. 

4시 30분께 발사 성공이 발표되자 숨죽여 발사 성공을 기원하던 관제센터의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 시험발사체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75톤 액체엔진을 보유하게 됐다. 2021년 발사하는 '누리호'의 핵심기술이면서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75톤 액체엔진의 성능을 이번 성공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시험발사체는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의 2단부에 해당한다. 1단은 이번에 발사에 성공한 75톤 엔진 4개를 묶어 300톤의 추력을 내게 된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에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오는 2022년까지 3단계에 걸쳐 1조9572억원이 투입된다.

연구진들은 2021년까지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누리호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75톤급 엔진은 연소압력 60바(대기압의 60배), 연소가스 온도 3500도에 극저온 산화제 온도 영하 180도라는 고압·극고저온의 극한 환경에서 작동한다.

때문에 발사체 개발 초기 엔진 불완전 연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연료탱크 용접 불량 문제도 있었다. 이래저래 처음 예상보다 1년가량 개발 시간이 차질을 빚은 것이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은 더욱 그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발사체 개발 선진국들은 다른 나라로의 기술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우리가 원할 때 위성을 발사하려면 발사체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경제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2016년 약 380조원에서 2045년 30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형 위성 발사라는 뜨는 시장도 있다. 컨설팅업체인 노던 스카이 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3483개의 소형 인공위성(1~100㎏)이 우주로 발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켓 발사 시장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우연 연구진들에겐 이날의 발사 성공은 무척이나 남다를 것이다. 그 동안 넘어온 온갖 시행착오 끝에 맛본 짜릿함이라 평생에 기억될 정도로 강렬할 것이다.

항우연은 오는 2030년 달탐사까지 계획하고 있다. 달에 태극기를 휘날릴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그리고 항우연 연구진에게도 그 동안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