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30 14:09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형일자리 광주시민들의 염원"
현대차 노조 "울산 실업률이 광주보다 더 높아"
이항구 "지역마다 공장 신설 요구하면 정부 감당못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오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오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위해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노조를 직접 만났다.

하지만 노조는 울산시민 10명 중 7명이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출발한 광주형 일자리가 지역 간 대립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 이후 다른 지역들에서 잇따라 공장 신설을 요구하는 후폭풍이 몰아닥치면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노조와 광주시청은 이용섭 시장의 현대차 울산공장 방문을 놓고 전날 4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다. 당시 광주시 측은 하부영 현대차 노조지부장과 이 시장과의 단독면담을 요청했지만 노조는 기자들이 배석하는 공개좌담회를 하자고 역제안했다. 그러나 이 시장이 공개좌담회는 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면담 진행방법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당초 계획대로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을 찾았고 노조는 기자간담회를 열겠다며 취재진들을 울산공장으로 불렀다. 노조는 이날 면담이 끝나는 대로 하 지부장이 주관하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 지부장은 이 시장과 만나 “처음 광주형일자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자동차산업이 성장기이었지만 현재는 충격적인 상황”이라며 “현대차 수요도 국내에서만 25만대가 감소했는데 광주에 또 10만대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과잉 투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광주형일자리는 이름부터가 지역 간의 감정을 악화시킨다”며 “광주에 10만대 공장을 만든다면 다른지역 자동차 공장의 일자리는 잃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울산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광주형일자리까지 추진되자 울산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광주는 2012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인구가 줄고 있는데 지난해도 8100여명이 광주를 떠났고 안타깝게도 66%가 20~30대”라며 “광주형일자리는 광주시민들의 염원이고 젊은이들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맞섰다. 그는 이어 “울산도 울산형일자리 모델을 발굴해서 추진하면 적극 지원 할 것”이라며 “광주형일자리는 기존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도 아니고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는 이 자리에서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광주형 일자리를 전면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시민 대다수는 광주형 일자리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조사결과의 핵심이다.

앞서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시민여론을 알아보기 위해 울산사회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ARS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울산시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 시민 66.7%는 광주공장 10만대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을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사태 이후 현대차까지 어려워지면 울산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 온다는 의견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2.5%가 공감했다. 

노조 관계자는 “울산시민 여론조사 종합결과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울산시민 비판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울산지역 실업률은 광주지역 실업률보다 심각한 상태”라며 “통계청 연도별 실업률 추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현재 광주지역 실업률은 3.9%, 울산지역 실업률은 4.9%로 1%가 더 높다”고 토로했다. 이어 “15~29세 청년 실업률 또한 광주가 8.5%, 울산은 10.5%로 2%가 더 높아 울산지역의 실업과 고용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또 평균 실업률로 따져봐도 울산은 2016년 3.9%, 2017년 2.9%인 반면 광주는 2016년 2.8%, 2017년 2.4%로 울산이 광주보다 더 높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울산은 2015년부터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4만여명이 울산을 떠나며 인구 유출이 심각하고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며 “울산 지역경제와 민심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어 광주형일자리는 전면 취소돼야하며 문재인정부와 울산시는 울산지역에 긴급 일자리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광주형일자리가 지역 간 일자리 다툼과 대립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일자리 모델에 지역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지역이기주의라는 반증”이라며 “광주형 일자리 이후 군산 등 어려움에 처해있는 다른 지역들도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달라고 몰려들면 정부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를 위해 특정 지역에만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은 수요 감소로 침체기에 빠져 있는 만큼 미래차 R&D 등 산업 전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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