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2.01 11:24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영화 <히말라야>는 엄홍길 대장의 휴먼원정대 실화를 다룬 영화다. 정상에서 하산하던 중 조난당한 후배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히말라야로 떠난다. 기록이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쉽게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함께 떠날 대원을 모집하는 일부터 가족을 설득하는 일까지 쉬운 것이 하나 없었다. 원정에 따른 경비 마련이 힘들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그려졌다.

등반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에베레스트 입산료가 5인 기준으로 8000만원이라고 하니 장비와 나머지 경비를 고려한다면 꽤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1999년 엄홍길 원정대가 칸첸중가를 등반했을 때는 약 15억 원이 들었다니 그 규모가 놀랍다. 산악인들의 의지만으로 등반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휴먼원정대는 한 등산용품 업체가 후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수많은 등반 도전에는 기업의 후원이 있었으며 산악인들은 그 도움에 감사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달랐다. 주인공 황정민(엄홍길 역)이 후원금 마련을 위해 기업 임원들과 미팅을 하는 장면은 산악인과 후원기업의 우호적 관계를 왜곡해서 보여준다. 황정민은 후원회사 로고를 옷에 덕지덕지 붙이며 매우 어색하고 불편해 한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후원하고 있는 기업의 대표가 산으로 직접 찾아와 산악지대 안전을 위해 일하는 주인공을 번거롭게 하는듯한 모습이 그려진다. 전반적으로 극중 엄홍길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기업 임원을 만나는 것을 불편해 한다. 

동료 대원의 죽음에 대한 슬픔, 그의 시신을 찾아야겠다는 휴먼원정대의 열정을 실천에 옮기게 한 것은 기업의 후원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영화에서 이런 부분까지 강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후원 장면을 꼭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하게 그렸어야 했을까? 후원을 생색내고 싶어 하는 기업 관계자와 기업의 후원을 불편해하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에 황정민의 휴머니즘적 감동은 오히려 어색해지고 말았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은 산악 분야 뿐 아니라 교육, 의료, 농촌, 환경, 응급재난 등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 개최도, 개별 종목 선수에 대한 지원도 기업의 후원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기업의 CSR은 큰 힘이 된다. 김연아 선수도 피겨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일 때부터 기업의 후원을 받았으며, 리듬체조, 봅슬레이, 스켈레톤 같은 종목도 기업의 후원으로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과 기업의 후원을 바라보는 인식은 좋지 않다. 아직도 사농공상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 있어서 일까? 돈 버는 행위,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을 어딘가 떳떳하지 못하게 여기는 문화가 남아있다. 높은 반기업 정서와 낮은 기업에 대한 신뢰도도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기업의 CSR 지출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기업에 대한 인식은 좋아지지 않으니 기업으로선 CSR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은 긍정적이지 않다. 대내외 악재로 몇 년째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하락세이다. 반기업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각종 규제와 걸핏하면 걷어 들이는 준조세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기업의 경영성과가 나쁘면 CSR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이 CSR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라도 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개선될 필요가 있겠다. 기업은 신바람 나게 일하고, 많은 이익을 내서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 곳곳에 도움을 주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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