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05 06:30

2.0ℓ 터보는 뛰어난 동력성능, 1.35ℓ터보는 압도적인 경제성이 무기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소비자 니즈 충족…패밀리카 덕목 두루 갖춰

쉐보레 중형세단 더 뉴 말리부.(사진=박경보기자)
쉐보레 중형세단 더 뉴 말리부.(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이 주력모델인 중형세단 말리부의 옷을 새로 갈아입히고 경영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수입해 들여온 신차 이쿼녹스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뉴 말리부는 회사의 명운을 짊어진 중책을 맡게 됐다. 현재 한국지엠이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라인업은 말리부와 경차 스파크 뿐이다.

한국지엠은 작정한 듯 더 뉴 말리부의 출시 및 미디어 시승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했다. 볼륨모델인 말리부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새로워진 말리부는 한국지엠에 시들시들해진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말리부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1만5235대가 판매된 한국지엠의 주력모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된 3만673대에 비하면 반 토막난 상황이기 때문에 말리부의 상품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더 뉴 말리부는 휠씬 젊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신형 스파크에 먼저 도입된 쉐보레 최신 패밀리룩이 반영된 전면 디자인은 보다 스포티한 인상을 만드는데 한 몫 했다. 후면부에서는 큰 폭의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새로운 면발광 LED 램프가 눈에 띈다.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는 현대차 쏘나타나 기아차 K5 보다 휠씬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사진=박경보기자)
(사진=박경보기자)

특히 유난히 낮고 길쭉한 차체 때문인지 본래 차급인 중형을 넘어선 듯한 인상도 풍긴다. 실제로 신형 말리부는 전장 4935㎜, 전폭 1855㎜, 전고 1465㎜, 휠베이스 2830㎜의 크기를 갖고 있다. 국내 중형세단을 대표하는 현대 쏘나타 보다 길이는 80㎜, 휠베이스는 25㎜ 더 길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캐딜락에 적용됐던 8인치 디지털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가장 먼저 운전자를 반긴다.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주행정보를 비롯한 각종 차량 정보가 한 눈에 들어와 직관성이 높은 편이다. 전반적인 실내 디자인은 변화된 것이 크게 없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선 상당히 진화했다. 말리부에 적용된 고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8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을 지원한다. 특히 전작보다 휠씬 커진 디스플레이가 만족스러웠고 마치 스마트폰처럼 두 손가락으로 지도를 줄였다 키웠다 할 수 있는 점도 진화된 요소다. 전체적으로 운전자를 위한 직관성이 상당히 높아져 편의성이 향상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 뉴 말리부의 실내공간.(사진=박경보기자)
더 뉴 말리부의 실내공간.(사진=박경보기자)

뿐만 아니라 두 개의 스마트폰을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는 듀얼커넥션 블루투스도 살뜰히 챙겼다. 기존 말리부에서 아쉬웠던 편의기능들을 확실하게 보강한 셈이다. 다만 오디오는 보스시스템이 들어갔지만 보스만의 특징인 또렷하고 맑은 음색이 덜한 듯 느껴졌다. 함께 탑승한 기자도 같은 평가를 내렸는데, 르노삼성 QM6에서 느꼈던 음색과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QM6보다 말리부에 들어간 스피커 개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더 뉴 말리부의 실제 주행감은 어땠을까. 더 뉴 말리부는 기존 1.5ℓ터보에서 다운사이징된 1.35ℓ 터보모델이 주력트림으로 나선다. 이와 더불어 높은 연비가 강점인 1.6ℓ 디젤모델도 추가됐고 주행성능을 극대화한 2.0ℓ 터보도 기존과 똑같이 운영된다.    

더 뉴 말리부의 대화면 디스플레이. (사진=박경보기자)
더 뉴 말리부의 대화면 디스플레이. (사진=박경보기자)

이 가운데 미디어 쇼케이스가 열리는 강원도 인제스피디움까지 함께할 모델은 2.0ℓ 터보 모델이었다. 주력모델이 될 1.35ℓ 모델로 장거리 시승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내심 아쉬웠다. 한국지엠은 아무래도 말리부의 경제성보다는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아쉬운대로 신형 말리부에 올라 고속도로와 와인딩코스를 포함한 약 150km의 편도코스를 주행했다. 고속도로에서는 말리부의 고속주행 안정성과 가속성능,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를 중점적으로 경험했고, 인제에 진입해 스피디움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국도에서는 코너링 실력을 확인했다. 

말리부 2.0 터보에 적용된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6.0kg.m에 달하는 뛰어난 힘을 자랑한다. 이 덕분에 출력부족으로 발생하는 주행 스트레스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밟는 대로 원하는 속도까지 순식간에 올려놓는 것이 인상적이다. 말리부에 탑재된 2.0ℓ 직분사 가솔린 터보엔진은 스포츠카인 카마로와 고급브랜드 캐딜락의 CTS‧ATS에도 적용돼 있는 만큼 뛰어난 퍼포먼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구형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6단 자동변속기가 물려 있는 것은 아쉽지만 재깍재깍 적정한 타이밍에 맞춰 변속을 해주는 것은 믿음직스럽다.  

더 뉴 말리부의 슈퍼비전 계기판. (사진=박경보기자)
더 뉴 말리부의 슈퍼비전 계기판. (사진=박경보기자)

특히 말리부는 국산 경쟁차종들에 비해 고속안정성이 뛰어난 편이다. 차체를 빠른 속도로 몰아붙이더라도 튼실한 하체가 안정적으로 지면을 움켜쥐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형 말리부의 민첩한 코너링 실력과 안정적인 주행감은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한 간이 서킷 주행에서도 확실히 느껴 볼 수 있었다. 당시 1.35 모델과 1.6 디젤 모델로 한번씩 서킷에 올랐는데, 빠른 속도에서 과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잡아돌려도 차체 균형을 잃지 않았던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핸들링 감각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더라도 스티어링 휠이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어서 스티어링 휠을 준 손에 과한 힘이 들어가곤 했다. 고속으로 이동할수록 스티어링 휠을 묵직하게 세팅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말리부 2.0 모델은 ‘퍼포먼스 세단’ 이지만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만큼 승차감을 균형적으로 세팅했다. 민첩한 코너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단단하게 서스펜션을 조율한 모양이다. 대체로 스포츠세단들은 승차감이 과하게 단단해 지면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지만 말리부 2.0은 승차감과 코너링의 중간선에서 타협한 듯 보였다.

더 뉴 말리부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기자)
더 뉴 말리부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기자)

또 신형 말리부는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이고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등 각종 첨단 능동 안전 시스템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중화되고 있는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차선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주행한다기보다 차선을 이탈하면 강제로 차체를 안쪽으로 들여놓는 듯한 인상이었다. 이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서 쉽게 손을 놓지 못했는데, 대중적인 중형 세단에 이정도 안전사양이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신형 말리부의 진가는 2.0터보 모델이 아닌 1.35터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중형세단은 2.0이라는 공식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박혀있지만 쉐보레는 과감한 혁신을 단행했다. 소형차급에 들어갈 법한 낮은 배기량의 엔진을 상당히 큰 체구의 중형세단에 적용한 것이다.  

더 뉴 말리부의 후면 모습.(사진=박경보기자)
더 뉴 말리부의 후면 모습.(사진=박경보기자)

다운사이징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경제성’이다. 말리부 1.35터보 모델은 복합연비가 14.2km/ℓ에 달해 국내 가솔린 중형세단 가운데 연료효율이 가장 좋다. 뿐만 아니라 2000㏄의 중형세단을 구입하면 2년차까지 매년 52만원의 자동차세를 내야하지만 말리부 1.35 모델은 절반도 안 되는 25만원 수준만 부담하면 된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다운사이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엔진의 배기량을 낮출수록 배출가스도 적어지기 때문에 강화 추세인 글로벌 환경 규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기량이 크게 낮아진 말리부에게는 큰 과제가 주어져 있다. 출력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소비자들의 기존 인식을 깨는 일이다. 

한국지엠은 이 같은 시선을 의식했는지 시승행사 당일 기존 1.5터보 모델과 신형 1.35터보 모델을 나란히 세워 드래그 주행을 벌였다. 시승에 참여한 기자들이 두 모델이 번갈아 탑승해 동력성능을 테스트 했는데, 당시 1.35 모델의 랩타임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누가 운전하더라도 1.35 모델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이야기다. 두 모델의 공차중량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무단변속기 기반의 파워트레인 최적화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킷에서 주행해본 1.35 모델은 3기통인 탓에 엔진음이 상당히 거칠었지만 특별히 출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총평
더 뉴 말리부는 천의 얼굴을 가진 듬직한 패밀리세단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1.35ℓ 가솔린 터보, 2.0ℓ 가솔린 터보, 1.6ℓ디젤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켰다. 높은 연비와 저렴한 세금을 원하는 소비자는 1.35ℓ 모델을 선택하면 되고 강력한 동력성능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2.0 모델이 어울린다. 그리고 뛰어난 연비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동력성능을 놓치기 싫다면 디젤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신형 말리부는 파워트레인을 세분화 한 것은 물론 국내 중형세단 가운데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도 장점이다. 길쭉한 차체 덕분에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확보한 것은 덤이다. 패밀리카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경제성과 실내 거주성, 그리고 안전성까지 두루 챙긴 만큼 내년엔 판매 반등을 노려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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