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05 13:47

"임단협 5년유예는 노동법 위반하고 국제규범도 어기는 것"
현대차 노조 총파업 계획 논의…민주노총도 ILO 제소 검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5일 오전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약 체결 규탄하는 노조확대간부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지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5일 오전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약 체결 규탄하는 노조확대간부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지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광주광역시와 현대차 간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현대차 노조를 주축으로 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미래차 기술에 대한 투자가 아닌 생산에 대한 과잉투자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역시 광주형 일자리는 무노조 경영을 기반으로 노동3권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광주시가 협상단계부터 이해당사자인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를 배제한 채 한국노총과 대화채널을 유지하면서 이 같은 반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와 광주시는 합작법인을 통해 자동자공장을 운영하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투자협상을 타결하고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이날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를 열고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사민정 공동결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이를 토대로 현대차와 최종 협상을 마친 뒤 오는 6일 투자협약 조인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광주에 내려와 투자 협약식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차 노조는 잇따라 긴급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 협약체결을 규탄했다. 무노조 운영을 기반으로 노동3권을 침해하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ILO 제소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 총파업도 불사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날 오전 10시 50분부터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약 체결 규탄하는 노조확대간부 항의집회를 실시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2시에 확대운영위원회를 열고 구체적인 파업일정과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이유는 임금인상에 대한 명분을 잃어서가 아니라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노동3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이날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임단협 유예로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광주형 일자리에 노조가 동의해줄 수 없다”며 “노동자의 임금을 강제로 삭감하는 것은 WTO 임금조항에도 위반되며 ILO에도 제소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광주형 일자리는 국제적인 망신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고용안정위원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조합원들의 물량과 고용을 결정하는 ‘고용안정 특별협약’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동차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중장기 고용안정을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산업노동정책 투쟁도 함께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잠정합의안엔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 목표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한다는 조항이 적시돼 있다”며 “이는 연 7만대 생산을 전제로 5년간 사실상 단체협약을 하지 않는다는 위법한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조합을 자주적으로 결성할 수 있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으로 5년간 대체한다는 것은 노동3권을 전면 부정하는 노동3권 프리존 합의”라며 “무노조를 방침으로 한 노동3권 프리존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된다면 곧장 ILO 제소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이 노동존중 사회를 구현하겠다며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ILO핵심협약 비준을 공약해 놓고도 광주형 일자리를 강행한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역시 입장문을 내고 “일자리 정책으로 포장한 이 정책은 정작 일자리는 만들지 못한 채 자동차 산업을 수렁에 몰아넣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선심성 예산낭비 사업의 전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는 “정책 입안자들이 인정했듯 광주형 일자리로 확보할 일자리는 고작 저임금 정규직 1000개뿐”이라며 “이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은 세금 4620억원이며 포화상태인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매력이 없는 내연기관 경차의 재고 또한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금속노조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경제 정책이 광주에만 집중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자체의 사회경제 지원이 절실한 곳은 산업이 토막나 버린 군산과 창원, 거제 지역인데도 광주에 일방적으로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들어서려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민주노총이 배제된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합의로 볼 수 없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동원된 지역 노동단체는 합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형 일자리 협상의 주체로 참여했던 한국노총도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최종합의가 지연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열릴 예정이었던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이날 오후 3시로 연기됐다.

한국노총은 “광주 완성차공장이 차량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잠정합의안 내용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의 반발로 잠정합의안이 노사민정협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그간의 투자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는 한국노총을 막판 설득해 잠정협상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지만 워낙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 뜻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노총 등 광주지역 노동계는 합의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오후에 열리는 노사민정협의회에도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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