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2.01 15:21

뾰족한 해답없는 중국의 보호무역정책...예측불허 정책에 피할길도 없다

<그래픽제공=하이투자증권>

지난달 말 중국이 내수시장 활성화와 자국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중국이 최근 내놓은 무역관련 정책을 풀어보면 ▲잘 나가는 수출품목에 세금을 부과해 원가를 높이고 ▲자국기업을 보호해야 할 수입품목은 아예 발을 못붙이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는 것도 문제다. 세계 최대시장을 자임하는 중국이 시시각각으로 쏟아내는 변화무쌍의 정책 변화를 대비하고 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황당한 LG화학, 삼성SDI

지난 주말 한국을 대표하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업체들에게 황당을 넘어 황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 달 31일 전기버스 배터리 보조금 대상품목을 중국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TF)배터리에만 적용하는 새로운 보조금 지원책을 내놓았다. 우리정부가 1일 확인한 내용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세계 1~3위를 차지하는 LG화학, 삼성SDI, 일본의 파나소닉 등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NCM배터리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끊긴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내에 NCM배터리 수요를 줄이는 게 아니라 아예 말살해 버리겠다는 정책인데 세계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전기버스 생산가격은 대당 2~3억원 정도다. 이 중 약 1억8200만원(100만위안)을 중국정부는 생산업체에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그런데 앞으로 NCM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보조금이 끊긴다. 중국 전기버스 생산업체에 NCM 배터리가 아예 발을 붙일 수 없게 만들어버린 무역장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LG화학과 삼성SDI의 경우 각각 난징(南京)과 시안(西安)에 수천 억 원을 투자해 NCM배터리 공장을 지난해 10월 완공했다. 앞으로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이 배터리들이 중국 내수시장에선 사용하지 않는 부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업계에선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과 WTO(세계무역기구)협정에 규정된 무역기술장벽(TBT)신설 금지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조치에 또 다른 방식의 보복이 두려워 정면으로 대응할 마땅한 방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독선, 자국기업에도 도움 안 돼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급선회한 것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80%이상이 생산하는 낙후 기술인 LFP배터리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생산하는 NCM배터리는 세계 전기차의 표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현대차는 물론이고 독일의 BMW, 미국의 GM 등도 NCM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국제 표준이 NCM인셈이다. NCM배터리는 LFP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진보된 기술이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더라도 NCM이 93%, LFP는 7%에 불과하다.

중국의 전기버스 및 배터리 제조업체 BYD는 LFP밧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중국 내 점유율은 19.2%에 달한다. 중국 최대 업체의 입김이 이번 정책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우리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 상무부 등 3곳에 달해 현지 법인장들 사이에선 어느 한 곳의 심기를 건드기만 해도 불이익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라며 “결국 기술 이전을 위해선 선진기업들과 협력이 필요한 만큼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는 중국의 이런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중국정부와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점 수출품목에 수출세 물리는 중국

중국정부는 주요 자원류에 수출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해 독점적 지위의 수출품목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챙기는 식이다.

주요 자원류에 부과하는 수출세금은 2%에서 무려 40%까지 다양하다. 이 같은 수출세는 고스란히 원가에 들어간다. 따라서 그 몫은 수입국이 지불하는 셈이다.

수출을 장려하는 다른 국가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수출세는 교묘하게 주요 수입 상대국에서 생산이 안되는 주요 자원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해진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철강 스크랩 등 7개 품목에 원가의 40%에 달하는 수출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중국은 요소를 한국에 약 2억달러어치(60만톤)를 수출했는데 우리 업계가 수출세로 낸 추가비용은 90억원에 달한다.

WTO는 지난 2014년 중국 정부의 희토류에 대한 수출세 부과에 대해 환경보호 목적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불공정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WTO 판단을 근거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또 다른 보복조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솔직한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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