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8.12.11 12:00

박호석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 표면의 산화된 인 관능기에서 수소이온과의 표면 산화․환원 반응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모식도. (b) in-situ 고체 NMR에 의해서 산화된 인 관능기 피크가 충․방전시에 가역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음. 이는 산화된 인 관능기인 P=O가 분자레벨의 레독스 기능기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줌. (c) in-situ Raman에 의해서 충․방전시에 포스포린의 전자구조가 가역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줌.
포스포린의 부피 팽창과 낮은 전도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의 포스포린 기반 에너지 저장 소재가 개발됐다. <그림제공=한국연구재단>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포스포린의 새로운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박호석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2차원 포스포린의 나노 구조화 및 화학적 표면 제어를 통해 에너지 저장 장치로의 구현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11일 발표했다.

흑린을 원자 한 층 두께로 떼어내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포스포린이 된다. 그래핀과 원자 배열은 비슷하지만, 그래핀과 달리 밴드 갭이 있어 전류를 제어하기 쉽다.

흑린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흑연에 비해 7배 정도의 전기용량을 가지고 있는 데다 2차원 포스포린 나노구조로 제조하면 특이한 물리적 성질을 보여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고용량 배터리 소재와 마찬가지로 큰 부피 팽창과 낮은 전기전도도로 인해 고용량 발현이 어렵고 충전·방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2차원 나노 물질 합성 기술 및 이온 거동 실시간 관측 기술로 2차원 포스포린의 슈퍼커패시터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포스포린의 부피 팽창과 낮은 전도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의 포스포린 기반 에너지 저장 소재를 개발했다.

전극 표면에서 물리적, 혹은 표면 산화·환원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슈퍼 커패시터는 급속 충·방전이 가능하고 높은 출력과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용량이 낮다.

연구팀은 2차원 포스포린의 산화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해 기존의 배터리 거동이 아닌 슈퍼커패시터와 같은 거동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분광학과 이론 계산을 통해 규명했다.

실제 2차원 포스포린을 전극 소재로 응용, 이론 용량의 92%를 사용해 상용 활성탄 대비 4배에 달하는 용량을 구현했다.

고속 충·방전 시에도 충전 대비 방전 용량이 99.6%로 유지되는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며, 5만 회에 달하는 장기 충·방전 후에도 약 91%의 용량을 유지하는 안정성을 나타냈다.

박호석 교수는 “배터리 소재로만 알려졌던 흑린의 슈퍼커패시터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흑린이 달성할 수 없었던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 밀도 한계를 극복하거나 배터리 소재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 차세대 전자기기,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저장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방사선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기술개발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 지난 10일 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박호석(왼쪽) 교수, 푸리투트 낙하니베 학생, 슈유 교수, 박슬기 학생 사진제공=연구재단
박호석(왼쪽) 교수, 푸리투트 낙하니베 학생, 슈유 교수, 박슬기 학생 <사진제공=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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