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8.12.14 18:01

김용진 前2차관 "나랏돈 가장 많이 쓴 차관…김동진 서기관 빠른 쾌유 기원"

고형권 1차관(왼쪽)과 김용진 2차관 (사진=기획재정부)
고형권 1차관(왼쪽)과 김용진 2차관 (사진=기획재정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기획재정부 1·2차관을 비롯한 16개 부·처·청·위원회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1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한데 이어 차관도 새로 맞이하게 됐다.  

이날 고형권 1차관과 김용진 2차관은 후배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이임사를 남기는 것으로 이임식을 대신했다. 고 차관은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며 “‘힘내시라! 여러분들은 반드시 해낼 수 있다’라는 격려와 신뢰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는 우리 경제의 흐름을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고 일어서는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사람중심 경제와 성장·일자리 분배가 상호 선순환하고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공정한 경제를 만들고자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올 해 들어 크게 축소된 취업자 수와 1·2분위 계층의 소득 감소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며 “혁신성장으로 희망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성과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 차관은 “여러분이 이러한 문제를 꼭 극복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기재부에는 외채위기, 오일쇼크,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어려움을 숱하게 이겨냈던 선배들의 DNA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만큼 여러분들이 또 한 번 재현해 내는 모습을 꼭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몽골 유목민들의 정신을 잘 표방하고 있는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여는 자는 흥한다'는 격언을 다시 한 번 여러분에게 전한다"며 밖을 내다보는(outward looking) 자세를 갖추면서 소통에도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김용진 차관은 “우리가 함께 부딪혔던 과제들이 쉽지는 않았다”며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높았고 우리 부 전 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농담 삼아 제가 역대 기재부 2차관 중에서 나랏돈을 가장 많이 쓴 차관이라고 얘기하곤 한다”며 “2차례 본예산, 2차례 추경에 이르기까지 그만큼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특히 “무엇보다 직원 여러분의 피땀 어린 노력, 2019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에서 쓰러진 김동진 서기관과 같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기능했다고 생각한다”며 김동진 서기관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또 “공공기관 정책 방향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대전환을 시작했다”며 “한 푼도 낭비되는 나랏돈이 없도록 재정 구조를 혁신하는 작업도 여러분과 함께 비로소 첫 삽을 뜨고 국가재정과 국유재산을 빈틈없이 관리해 정부 정책을 튼튼히 뒷받침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기재부의 이름으로 일궈낸 성과들이지만 그 아래 많은 직원들의 보이지 않은 헌신이 있었다”며 “이 모든 순간은 여러분과 함께라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이다. 

◇ 고형권 1차관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여러분 곁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마침내 다가 왔습니다.

엊그제 홍남기 부총리님의 취임식 자리에서 여러분들을 대면할 수 있었기에 e메일로 이임식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습니다만, 세 가지 정도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여러분들에게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1987년 가을 어느 날, 구(舊) 경제기획원에 첫발을 들여 놓은 후 어느새 31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 동안 기획재정부는 저에게 작은 우주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집에서 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을 이 곳에서 보냈습니다. 함께 배우고, 어울리고, 기뻐했던 것들의 대부분이 기획재정부에 몸담고 있음으로 인해 가능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이자 밤낮없이 헌신적으로 일해 오신 여러분들과 우리를 이끌어주셨던 선배님들이 늘 함께 해 주셨기에 저의 능력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힘든 일들을 해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버티기 힘든 고비가 찾아 왔을 때도 이겨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 고마운 얼굴과 이름들을 평생 가슴 깊이 간직하렵니다.

둘째로, “힘내시라! 여러분들은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격려와 신뢰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공직은 한정된 시간 동안 머물렀다 때가 되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으려니 생각해 왔는데, 막상 닥쳐 보니 다하지 못한 숙제를 떠넘기고 가는 것 같은 부채 의식이 크게 느껴집니다.

저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는, 우리 경제의 흐름을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고 일어서는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 1년6개월 동안에는 김동연 부총리를 선장으로 모시고, 사람중심 경제-성장·일자리 분배가 상호 선순환하고,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공정한 경제-를 만들고자 치열하게 고민했고, 힘들고 지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정책방향, 소상공인 대책, 부동산 대책, 청년고용대책, 창업활성화, 플랫폼 경제, 통화스왑, 세제개편, 현안기업 구조조정, 추경, 연차총회, 예산안 편성, 재정집행, 공공기관 혁신 등 모두 우리의 혼과 땀이 배어 있는 단어들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거시경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대내외 위험 요인도 적절히 관리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올 해 들어 크게 축소된 취업자 수와 1·2분위 계층의 소득 감소는 큰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혁신성장으로 희망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성과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숙제로 넘겨주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꼭 극복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기획재정부에는 외채위기, Oil(오일) 쇼크,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어려움을 숱하게 이겨냈던 선배들의 DNA가 살아 숨 쉬고 있고 그것이 면면한 전통으로 이어내려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또 한 번 재현해 내는 모습을 꼭 보겠습니다.

셋째, “건강하게 살면서, 자주 만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은 앞으로도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자부심이자 가장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매월 통계가 발표되는 날마다 밤 새워 숫자와 씨름하고, 푹푹 찌는 예산 시즌에 각 부처 공무원들과 씨름하던 날들, 해외 출장에서 있었던 수많은 에피소드, 빡빡한 국회일정 속에서 틈을 내 설렁탕집에서 허기를 때운 사연, 내일은 세종으로 가야 하나 서울로 가야 하나 거의 매일 반복했던 고민, 인사철마다 겪었던 수많은 가슴앓이, 이런 일들을 여러분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어찌 나눌 수 있었겠습니까?

반갑게 다시 만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건강하셔야 하고, 직장 생활도 신명나게 하실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다른 어디에선가 새로운 시작을 하고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건강하시고, 틈틈이 영어공부도 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말씀드렸지만 좁은 울타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늘 밖을 내다보는(outward looking) 자세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 유목민들의 정신을 잘 표방하고 있는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여는 자는 흥한다”는 격언을 다시 한 번 여러분에게 전하면서 이만 맺고자 합니다. 종종 연락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김용진 2차관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요 며칠 눈이 제법 내렸습니다.

어느새 한 겨울이 찾아온 것을 보니 제가 이곳에 다시 자리를 잡은 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나 봅니다. 과천에서 이곳 세종으로 처음 내려왔던 2012년 12월의 겨울도 생각납니다. 

이제 여러분께 작별의 인사를 드려야 할 시간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제게는 특별한 곳입니다. 공무원으로서 30년 이상을 바쳐 일했던 일터이고, 한번 아쉬움을 안고 떠났던 곳이라 그리움이 더 컸습니다. 제게 다시 부여된 재정 담당 차관이라는 임무를 여러분과 다시 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함께 했던 시간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우리가 함께 부딪혔던 과제들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높았고 우리 부 전 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차관인 저도 가끔은 부담감으로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하물며 여러분이 느꼈을 어려움은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는 농담 삼아 제가 역대 기획재정부 2차관 중에서 나랏돈을 가장 많이 쓴 차관이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2차례 본예산, 2차례 추경에 이르기까지, 그만큼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직원 여러분의 피땀 어린 노력, 2019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에서 쓰러진 김동진 서기관과 같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기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동진 서기관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감사할 일이 더 있습니다. 공공기관 정책 방향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대전환을 시작했습니다. 또 한 푼도 낭비되는 나랏돈이 없도록 재정 구조를 혁신하는 작업도 여러분과 함께 비로소 첫 삽을 떴습니다. 한편으로 국가재정과 국유재산을 빈틈없이 관리하여 정부 정책을 튼튼히 뒷받침하기도 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이름으로 일궈낸 성과들이지만 그 아래 많은 직원들의 보이지 않은 헌신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이 모든 순간이 여러분과 함께라서 가능했습니다. 기꺼이 제게 힘과 지혜를 모아주신 직원 여러분이 있어 기획재정부라는 우리나라 대표 부처 차관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든든했습니다.

이제 저는 정든 기획재정부를 떠납니다. 어느새 여러분과는 두 번째 맞는 이별입니다. 혹자는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고들 말하지만 오히려 지난 번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간 세종 집무실을 너무 자주 비웠던 것 아닌지, 보고 과정에서 행여 여러분 마음을 아프게 한 것 아닌지, 직원들 힘든 이야기에 너무 신경을 못 쓴 것 아닌지, 무엇보다 아직 우리 경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 여러분에게만 무거운 짐을 떠맡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아쉬운 한편 기대감도 큽니다. 여러분들이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부총리님, 그리고 차관님들과 함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잘 해내실 거라 믿습니다. 

짐을 다 정리하고 보니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1년 반 전 세종에 다시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분을 믿고 가벼운 몸으로 떠나려 합니다. 예전처럼 몸은 떠나지만 마음은 항상 이곳에 두고 갑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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