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2.15 21:05

원론적 합의 불과, 각론에선 첩첩산중…석패율제 도입 제외하곤 합의 힘들듯
권력구조 개편 위한 개헌 논의 본격화되려면 시민사회단체 견인력 변수

15일 여야5당은 '선거제도 개혁 6개항'에 합의했다. 사진은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음을 알리는 뉴스다. (사진출처: YTN 방송 캡쳐)
15일 여야5당은 '선거제도 개혁 6개항'에 합의했다.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음을 알리는 뉴스. (사진출처: YTN 방송 캡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여야 5당이 15일 선거제도 개혁에 전격 합의했지만,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이다.

우선, 6개항에 걸친 '여야 5당 선거 개혁 합의문 전문'부터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5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합의한다.

1.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2.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3. 석패율제 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4.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 5.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한다. 6.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

6개항을 분석하면 원론에서의 합의가 무색할 정도로 각론에서는 '향후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거대 양당을 제외한 야 3당이 당초 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원했던 것은 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구조를 창출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6개항의 합의문에는 이런 문구가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 

더구나 민주당은 연동의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구체적인 모습이 어떻게 될 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되는 근거다. 정체가 드러날 때까지 산 넘어 산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런 낌새는 지난달 23일에 있었던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발언으로도 어느 정도 가늠된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다수당이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지 100% 비례대표를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합의문 발표 후 "당내 사정이 복잡해서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의원총회를 열기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단식농성과 1인 시위  등 야3당의 거센 투쟁에 한발 후퇴했을 뿐, 진짜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속셈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거대 양당이 이런 식의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이 합의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합의가 쉽지않다. 특히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은 과거에도 상당한 정도의 국민적 반대 여론에 밀린 나머지 관철시키지 못했던 사안이다. 국민정서 역시 과거에 부정적 인식으로부터 별로 진전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조정도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 적잖다.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할 것이고 그 반대로 지역구 의원들을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인다면 각 직능대표와 각당의 공로자들이 반발할 우려가크다. 넘어야 할 난관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변화도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한다면 이른바 '정당별 나눠먹기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할 뿐더러 '지역 토호들에게 권력까지 쥐어쥐겠다는 것이냐'라는 반론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석패율제는 예전부터 꾸준히 소수 정당이 주장해왔던 제도다. 소선거구제 선거의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여타의 쟁점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야가 합의하기 쉬운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문제는 선거제도 개편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정개특위가 갖는 인적 구성의 한계다. 전체 의석 18석 중 8석의 민주당이고 6석은 한국당이다. 거대 양당이 정개특위 회의에서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한다해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 뻔하다.

여당인 민주당의 내심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으로 보이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 시작'은 상당부분 시민사회단체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민사회단체가 대규모로 개헌논의 가속화를 주문하고 압박할 경우에는 여론동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여야 각당이 의외로 유의미한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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