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 기자
  • 입력 2018.12.16 14:31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 <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뉴스웍스=김영길 기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박항서 매직' 퍼레이드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1-0으로 이겼다. 원정으로 치른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긴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3-2로 말레이시아를 물리치고 4만여 홈 팬들 앞에서 대망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것도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를 질주하며 '무패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박 감독의 신화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국가대표와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병행하는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오른데 이어 베트남 감독으로서 첫 우승 트로피까지 품에 안으며 베트남 축구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A매치 무패 행진도 16경기(9승7무)로 늘렸다. 이는 현재 A매치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국가 가운데 가장 긴 기록이다.

베트남 국민들에게도 큰 기쁨과 희망을 줬다. 이날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자 홈 관중 4만여명의 함성으로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경기 종료 휘슬은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베트남 권력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서열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악수하며 기뻐했다. 푹 총리는 이어 시상대에 오른 박 감독을 한참이나 안은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다.

선수들은 박 감독에게로 달려가 헹가래를 치며 감사 인사를 했고, 일부 선수는 대형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며 존경을 표시했다.
베트남 주요 도심에는 흥분한 팬들로 북적였다.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흔들고 부부젤라를 흔들며 축제를 즐겼고, 수많은 팬이 연호하는 ‘베트남 보딕(우승)’, ‘베트남 꼬렌(파이팅)’ 소리는 밤늦게까지 그칠 줄 몰랐다.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도 곳곳에서 들렸다.

베트남 국민들은 박 감독을 찬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우승을 일군 공로로만 그를 연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승을 이루기까지의 과정, 특히 박 감독이 선수들에게 심어줬던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보여줬던 배려와 존중의 리더십, 아버지 같은 포용의 리더십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실제 박 감독은 하나의 팀이 보여줄 수 있는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선수들에게 일깨우고, 직접 부상당한 선수들을 마사지해 주는 등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지도력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하나가 된 팀워크는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최근 A매치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베트남 국민들이 환호하는 것도 바로 자신감이다. 베트남 축구가 보여 준 일련의 모습들이 국가 발전에도, 개인의 발전에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발견한 것에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다. 박 감독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즈키컵 우승컵을 베트남 축구 팬들에게 바친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그리고 남긴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박 감독이 이뤄낸 성과는 개인의 기쁨을 넘어 대한민국의 기쁨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