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2.02 10:54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에 대한 득표율을 색깔별로 표시한 지도다. 짙은 붉은색일수록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고, 짙은 녹색일수록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다. 

Adrien Kim

그런데 이 지도가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시사점이 있다. 바로 ‘비싸거나 혹은 평수가 넓은 아파트의 비중’에 따라서 선거 결과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각 지역별로 뜯어보면 놀라울만큼 그 분석 결과가 맞아 떨어진다. 

강남에서도 고가·중대형 아파트 밀집지 (반포, 서초, 잠원, 압구정, 신사, 청담, 삼성, 대치, 도곡)가 특히 짙은 붉은색을 보이고, 다세대·다가구주택 혼재지(방배, 양재, 논현, 역삼) 혹은 강남 내 상대적 저가 및 세입자, 임대아파트가 많은 지역(개포,일원,수서)은 색이 옅다.

강남에서도 동역이 넓은 반포동, 서초동, 대치동의 사례를 자세히 보면 동 안에서도 아파트 비중이 중요하다는 점이 보인다. 

아파트 주민이 거의 전부인 반포본동(구반포주공), 반포2동(래미안, 힐스테이트), 서초4동(삼풍, 아크로비스타, 롯데캐슬, 래미안), 대치1동(센트레빌, 우성, 선경, 아이파크)은 붉은색이 짙다. 

반면 다세대·다가구가 많이 혼재된 반포1동, 서초1동은 상대적으로 붉은색의 정도가 덜하다. 블록 전체가 다세대·다가구인 대치4동은 흰색에 가깝다.

강남 밖을 보자.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세월호 여파와 후보 자체의 경쟁력 부족으로 ‘학살’당하다시피 했던 정몽준 후보가 그나마 서초, 강남 외에서 선전한 용산구의 경우 붉은색이 두드러진다. 

동부이촌동의 아파트촌,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여의도동 아파트촌은 70년대 이래 전통적으로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곳이다. 단독주택 부촌인 평창, 한남, 이태원동의 경우 다세대·다가구 혼재에도 불구 핑크색을 띈다.

지역 내 편차가 커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이 어느 정도 선전해온 송파에서도 대형평수 아파트 단지의 '전통의 3대장' 아시아, 올림픽, 훼밀리 아파트 인구가 전체 동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잠실7, 오륜, 문정2동은 확연한 짙은 붉은색을 보이고 그 다음으로 잠실단지 지역이 붉은 빛을 띤다.

1,2단지의 잠실2동이 3,4,5단지의 잠실3동보다 옅은 것은 리센츠 12평을 비롯, 평형구성의 차이도 클 것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대가 강북과 큰 차이 없는 지역(송파, 가락, 오금, 문정, 장지, 거여, 마천)은 옅은 핑크색과 녹색을 띄고, 특히 다세대구역인 삼전, 석촌동은 녹색의 채도가 관악구와 유사하다. 

서남권의 경우 옅지만 핑크색이 어느 정도 연결되는 양천구 목5, 목1, 신정1, 신정6동은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와 주상 복합촌 구획지역이 위치하는 경계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신시가지라도 12,13단지가 위치한 신정7동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양천임대아파트 및 양천구청역 건너 안양천변의 난개발지역이 혼재되어 연두색을 띈다.

이외에도 다세대·다가구 비중이 높다든지(관악구를 비롯 짙은 녹색의 대부분 지역), 아파트촌이더라도 임대, 저가, 중소형 아파트 비중이 높은 곳(연두색의 노원구 일대)은 녹색 성향을 띈다.

2012년 대선 이후 뉴타운 개발이 완료되어 신축아파트들의 시세가 송파구 송파동, 가락동 일대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마포구 아현, 공덕, 용강, 신수동 일대는 금년 총선 표심 변화 가능성이 보인다. 물론 구획정리 안 된 다세대가 많아 여전히 야권에 유리한 지역이긴 하지만, 여권에게 있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아졌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험지 마포갑에서 바로 이 같은 희망을 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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