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17 19:09

"산입범위 입법으로 다룬 것처럼 산정시간수 변경도 국회가 처리해야"
"입법으로 다뤄야할 산정기준 변경을 시행령으로 처리하는 것은 편법"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안임에도 행정부로부터 무시당한다는 무력감 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관계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소상공인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8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소상공인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소상공인연합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발해온 경영계가 개정안 처리가 임박하자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17개 경영계 단체는 17일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 단체는 경총 외에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산업협동조합, 대한건설협회, 대한석탄협회,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석유화학협회, 섬유산업연합회, 시멘트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철강협회,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다.

이들은 "정부가 조만간 차관회의에 상정할 개정안은 근로시간에 소정 근로시간 외에 '유급처리 된 시간(주휴시간)'을 추가로 포함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시급은 근로자가 받은 소정의 임금(분자)을 소정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누어 산정한다.

경영계 단체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분모인 근로시간에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처리 된 시간'을 추가로 포함시켜 정부의 가공적 잣대로 기업들의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을 20%~40% 정도 낮게 평가해 단속함으로써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게 하는 내용"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산정 방식을 바꿔 분모에 포함되는 시간이 늘어나면 최저시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이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임금을 올릴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경영계 단체는 "그간 정부는 행정지침을 통해 주급과 월급을 '소정근로시간에 유급처리 된 시간을 합산한 시간'으로 나누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감독해 왔다"며 "그렇지만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일관되게 유급처리 된 시간을 제외하고 '소정근로시간'만으로 나누어(분모) 위반 여부를 판단하라며 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정부의 무리한 산정방식을 무효화시켰다"고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법원의 판결 취지는 주휴수당 등 법 규정이나 단체협약에 의한 '유급처리 된 시간', 즉 임금(수당)은 지급되면서 실제 근로제공이 없는 가상적인 시간은 법상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경영계는 설명했다. 경영계 단체는 "(이런 상황에서)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존중하여 지침을 수정하는 것이 순리이나 오히려 시행령 개정으로 유급처리 된 시간을 포함시켜 정식으로 명문화하면 대법원의 판결을 피해갈 수 있다는 행정 자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정부의 행정편의주의를 꼬집었다.

이들은 "기업 입장에서는 주휴수당 같은 유급휴일수당은 근로제공이 없음에도 임금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자체로도 강제 부담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정에서까지 더 불리한 판정을 받게 됨에 따라 이중적으로 억울한 입장에 있다"고 호소했다.

강성노조가 있는 기업일수록 유급처리 된 시간을 더 많이 주는 데 합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노조의 힘에 따라 임금을 많이 주게되고 최저임금에서는 더 심하게 불이익을 받게 되는 등 국가적 법정 의무 기준이 노조에 의해 좌우되도록 맡기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 경영계 단체가 문제를 삼는 포인트이다.

경영계 단체는 "더군다나 상당수 기업에서는 분자가 되는 소정의 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킬 수 없어(노사합의로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면 분자에 포함할 수 있으나 강성노조는 이러한 상여금 지급방식 변경에 대한 합의 자체를 거부) 이로 인해 연봉 5000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기업까지도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으로 단속 대상이 되는 비상식적인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구조인지를 명백히 반증하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2년 사이 30% 가까이 급속하게 고강도로 인상되면서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이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대기업까지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경영계 단체의 현실 인식이다. 이들은 "이로 인해 국제경쟁력과 경제 의욕이 저하되고, 투자와 고용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제 2019년 10.9% 인상의 현실화를 앞두고, 기업들은 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지,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지, 사업을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에 대한 생존적 두려움과 함께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안임에도 행정부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는 무력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저임금 산정기준의 변경은 법 위반 시 징역 또는 벌금이 부과되는 형사법적 문제"라며 "분자인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입법으로 다루어진 것처럼 분모인 산정시간 수도 입법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임이 너무나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산정시간 수를 시행령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편법적인 접근이며, 경제 주체의 정당한 법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조치로 행정의 정당성,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영계 단체는  "금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필요할 경우 이 사안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려운 경제 현실과 불합리한 임금체계 및 최저임금 산정방식, 세계 최상위권의 최저임금 상대적 수준, 한계선상에 있는 기업의 부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정부가 경영계의 입장을 수용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25일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식에 반영하도록 한 것은 기존 행정해석을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기업에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고용부는 주·월급을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할 때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을 포함한다면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한 시간으로 나누도록 행정해석을 고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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