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19 15:20

노조 "신설법인 개발 5종 모두 해외서 생산"…사측 "개발했다고 무조건 생산 맡지 못해"
2020년 신차 생산하는데 국내 부품협력사들은 '감감무소식…구체적인 경영계획 내놔야

(사진=뉴스웍스DB)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산업은행이 기존 입장을 바꿔 한국지엠의 법인분리를 찬성했지만 정작 노사 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법인분리에 반발해 부분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특별단체교섭’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복지부동인 상태다.

이처럼 법인분리를 비롯한 향후 경영계획을 놓고 노사갈등 불씨가 커져가고 있어 경영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GM은 한국지엠에 생산과 개발을 맡기기로 했지만 차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철수설’이 완전히 걷히긴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2년 뒤에 한국지엠이 신차를 생산하는데도 정작 국내 부품협력사들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8일 한국지엠은 신설법인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 추진을 위한 협의를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한국지엠에 생산 배정이 확정된 준중형 SUV와 새로운 CUV 차종에 대한 글로벌 차량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예정대로 오는 26일까지 한국지엠에 4045억원을 출자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법인분리가 영업이익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이 같은 합의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19일 총 8시간의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전반조는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후반조는 오후 8시 20분부터 밤 12시 20분까지 일손을 놓는다. 

이날 노조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지엠 3000여명의 인력이 신설법인으로 들어가는데 이들의 고용이 승계는 되지만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조합원들의 고용을 위협하는 법인분리에 대해 노조만 쏙 뺀 채 정부와 GM이 밀실합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지엠 노사와 산업은행과의 3자간 대화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대화에 부르지도 않아놓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조가 대화를 거부한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특히 노조는 사측에 법인분리 문제를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노조는 어느 한 쪽이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5일 이내에 응해야 하는 단체협약 규정을 사측이 어기고 있다며 투쟁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사측은 노조가 법인분리를 빌미로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에 무리한 요구사항을 넣었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날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노조의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에는 군산공장 무급휴직자 생계비 지원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노조가 요구한다고 해서 사측이 모두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인분리에 따른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GM의 북미법인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한국지엠 신설법인은 이번에 엔지니어링 업무 두 건을 추가로 배정받았다”며 “글로벌 업무를 배정받기 위해 각국의 GM법인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한국지엠이 정리대상이라면 이 같은 결정이 가능했겠나”라고 일축했다. 

노조의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은 현재의 단일법인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사협약체결이 핵심내용이다. 이 밖에도 군산공장 무급휴직자 대책마련을 비롯해 각 공장별 매 3년마다 1개 이상의 신차종 배치, 완성차 수입판매 금지, 쉐보레 유럽법인 재개, 부평‧창원공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본질을 호도하는 내용으로 언론플레이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노조 관계자는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에서 군산공장 무급휴직자 문제는 핵심이 아니다”라며 “단일한 법인유지를 바탕으로 노사협약을 체결하자는 게 노조의 핵심요구”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한국지엠의 법인분리가 향후 인적 구조조정 또는 철수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8월 사측의 경영설명회 당시 카허 카젬 사장은 향후 5종의 신차개발을 한국지엠 신설법인이 맡는다고 노조에 설명했다”며 “하지만 이 가운데 한국지엠이 생산하게 될 차종이 전무한 것만 봐도 한국지엠 생산공장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GM본사가 전기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해놓고 정작 한국지엠에는 전기차 개발과 생산업무를 주지 않는 것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한국지엠 연구소는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아 쉐보레 외에도 캐딜락 등 다양한 브랜드의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지만 생산배정은 수익성을 따져봐야 하는 일”이라며 “한국지엠이 GM의 신차를 개발했다고 해서 무조건 생산까지 맡을 수는 없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한국지엠이 노조와 산업은행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법인분리의 당위성과 향후 경영계획을 투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두루뭉술한 계획만 언급했을 뿐 아무런 ‘실행’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GM은 한국지엠에 SUV와 CUV의 생산을 배정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차종인지, 어떻게 생산할지 밝히고 있지 않다”며 “이들 차종들이 한국지엠에서 생산된다면 이미 국내 부품협력사들에 연락이 가야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장 2020년부터 부평공장에서 신형 SUV가 생산되고 2022년부터 CUV가 만들어질 계획이지만 협력사들은 GM과 신차에 대한 대화를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통상 신차 출시 3년 전부터 완성차회사와 협력사간 부품 생산 계획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어 “추측이지만 GM이 창원공장도 폐쇄하겠다고 압박해 법인분리에 대한 산업은행의 찬성을 얻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카허 카젬 사장은 산업은행과의 합의 이후 곧장 장기휴가를 떠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향후 경영계획을 설명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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