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12.20 06:4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은행권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반면,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경제 악화에 따른 인원 감축이라는 분석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KB국민·신한 등 주요 시중은행은 오는 연말연시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을 대상(1962년생)으로 하반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달 14일 퇴직 신청자 610명 중 597명이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행도 조만간 희망퇴직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희망퇴직은 노사 간 임금피크제 연장 관련 협상이 끝난 후 해당 대상자를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초 희망퇴직을 받은 신한은행은 내년에도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1000명이 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해 3000억원에 가까운 구조조정 비용을 들였고, KEB하나은행도 지난 7월 준정년 특별퇴직과 임금피크제 퇴직으로 300여명을 줄였다.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1년여 사이 2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줄였거나 감축할 계획이지만 올해 실적은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기록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조59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급증했다.

은행들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에 나서는 배경에는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른 점포 운용 필요성의 감소, 비대면 업무에서의 신규 직원 확대라는 목표가 있다.

은행권은 금융혁신성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열위에 있고,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의 활성화도 더딘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고객과 플랫폼 이용자가 입소문을 거치며 크게 느는 데 반해, 은행은 직원들의 ‘지인 영업’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제휴 가맹점도 인터넷은행보다 크게 부족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내년 은행업황의 둔화 전망에 따라 희망퇴직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은 몇 년간 이어온 것”이라며 “오히려 비대면 역량강화와 노하우 축적을 위해 대면 영업에 특화됐던 기존 인력을 줄이고 신규 인력을 늘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이 디지털 금융 전환의 촉진을 위해 인력을 재조정한다면, 지방은행은 당장 올해부터 표면화된 영업환경 악화로 인력을 줄여야 하는 판국이다.

지난 13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지방은행의 실적은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취약해진 업종에 대한 지방은행의 여신비중이 시중은행에 비해 높고, 내년 해당 업종의 전망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조선, 해운, 건설, 자동차 등 취약업종에 대한 지방은행의 여신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8.7%로 시중은행(4.7%)보다 두 배 가량 높다. 이들 업종과 관련 산업이 부실화되면 일자리는 줄고 가계여신의 건전성은 나빠져 지방은행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100% 초과 대출 비중 역시 시중은행보다 높아 지방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하락, 차주상환 능력 저하로 가계여신 관련 리스크도 기업여신에 못지 않은 것으로 진단된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 역시 디지털 금융 서비스 확대, 영업의 전국화라는 과제가 있지만, 올해부터 표면화된 업황 악화로 리스크가 커졌다”며 “이에 따라 실적이 그나마 괜찮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직원의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DGB대구·BNK부산·경남·JB전북·광주 등 지방은행은 올 연말과 내년 초 300여명을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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