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21 06:30

넓은 실내공간과 탑승객 위한 풍부한 편의사양…'패밀리카'로 딱
대형SUV이지만 4000만원 수준…차급 불문 다양한 차종 위협할듯

현대차 대형SUV 팰리세이드. (사진=박경보기자)
현대차 대형SUV 팰리세이드.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SUV는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대세’가 된지 오래다. 실내공간을 폭 넓게 활용할 수 있고 다양한 주행환경에도 대응이 가능해 ‘패밀리카’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레저열풍과 맞물리면서 SUV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판매 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SUV시장에서 유독 대형SUV 시장은 정체돼 있었다. 국산 대형SUV는 쌍용차의 G4 렉스턴과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기아 모하비 밖에 없다보니 판이 커지기엔 한계가 분명했다. 수입차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올해 11월까지 무려 5766대나 팔린 것을 감안하면 시장 수요는 충분했지만 팔릴만한 차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를 내놨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올해 자동차 시장의 최대어로 떠오른 모델이다.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려 2만506명이 사전계약에 몰려들며 흥행을 예고했다.

시승행사를 통해 처음 만난 팰리세이드는 ‘대형SUV’답게 압도적인 차체 크기가 인상적이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 SUV 라인업이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반영했다. 현대차 고유의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과 헤드램프가 상하로 나눠진 분리형 컴포지트 라이트를 적용해 앞서 출시된 코나와 넥쏘, 싼타페 등과 한 가족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팰리세이드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팰리세이드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하지만 현대차 SUV 라인업의 맏형인 팰리세이드는 동생들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구석구석 다른 점이 많다.

먼저 본넷 끝 부분이 직각에 가깝게 떨어져 큰 몸집을 부각시켰고 수직으로 범퍼까지 떨어지는 데이라이트가 사뭇 인상적이다. 전면부가 연상되는 이미지로 빚어진 후면부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는 디자인이다. 특히 팰리세이드라는 이름을 좌우로 넓게 늘어뜨린 덕분인지 차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측면부의 디자인은 포드 익스플로러가 떠오르긴 했지만 본넷부터 트렁크까지 균형 잡힌 몸매가 매력적이다.

차량의 실내로 들어서자 대형SUV다운 넓은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승차는 7인승 모델이다. 현대차의 설명처럼 1열과 2열은 물론 3열 승객까지 쾌적하게 탑승할 수 있는 점이 팰리세이드의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3열에 앉아보니 2열만큼 편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큰 불편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쏘렌토 등 중형SUV에 억지로 구겨넣은 3열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주성이다. 

팰리세이드의 3열에 앉아 시승해보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머리가 천장에 부딪히는 것을 빼면 상당히 쾌적했다. 3열의 헤드룸은 성인이 탑승하기엔 다소 답답하지만 레그룸은 충분히 확보돼 있었다. 3열시트의 등받이도 전자식으로 각도조절이 가능해 만족도를 높였다. 1열엔 부부가, 2열엔 부모님이, 3열엔 자녀들이 여유롭게 탈 수 있는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다. 

팰리세이드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기자)
팰리세이드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기자)

가족을 배려하는 다양한 편의기능들도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3열에 앉아있으면 운전자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기 쉽지 않지만 팰리세이드에 적용된 후석대화 모드를 사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전석에 달린 마이크로 들어오는 음성을 3열의 스피커로 전달하기 때문에 운전 중에도 가족 간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다. 실제로 이 기능을 사용해보니 1열의 음성이 3열에서도 또렷하게 들렸다.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 ‘위잉’하는 고주파음이 들리고 3열의 음성은 1열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후석 취침모드를 사용해보니 1열의 스피커로만 음악이 재생돼 가족들의 편안한 여행을 도울 수 있겠다 싶었다. 2열시트까지 열선은 물론 통풍시트까지 지원되는 점도 가족들을 위한 훌륭한 배려다. 

3열을 뒤로하고 다시 운전석으로 넘어오니 인테리어가 ‘현대차답지 않게’ 뛰어난 실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출시된 싼타페에서는 싼티나는 내장재가 매우 아쉬웠지만 팰리세이드는 제네시스에 버금가는 고급감을 품고 있었다. 팰리세이드가 이 정도라면 제네시스의 신형SUV는 어떻게 나올까하는 기대감이 들 정도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팰리세이드의 1열 디자인은 수평형 레이아웃과 기어레버가 아닌 전자식 변속버튼이 적용돼 넓은 공간감이 극대화 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버튼 배열이 간결해 현대차의 장기인 ‘공간 확보’와 ‘직관성’이 최대로 반영된 듯한 느낌이다.

팰리세이드의 실내 디자인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팰리세이드의 실내 디자인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다양한 실내색상을 조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가운데 웜그레이 색상의 시트와 네이비 색상의 내장재가 조합된 투톤 인테리어를 최고로 꼽고 싶다. 물론 시트의 색상이 밝아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SUV답게 변화무쌍한 시트구성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버튼을 이용해 3열을 손쉽게 접었다 펼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고,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나타나는 광활한 적재공간도 인상적이다. 짐을 가득 싣고 떠나는 캠핑은 물론이고 차에서 취침하는 ‘차박’에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팰리세이드 3열의 파워폴딩시트 버튼(위)과 23열 폴딩 후 적재공간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팰리세이드 3열의 파워폴딩시트 버튼(위)과 2·3열 폴딩 후 적재공간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다만 동력성능이나 주행감은 기대치가 높았던 탓인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f·m의 힘을 내는 팰리세이드의 2.2ℓ의 디젤엔진은 실용영역에서의 부족함은 없었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추월시 거동이 무겁게 느껴졌다. 향후 모하비에 들어간 3.0ℓ디젤엔진이 적용될 수 있다면 다소 부족한 동력성능은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서스펜션도 다소 무르게 세팅된 듯 했다. 가뜩이나 차체가 높은데 서스펜션까지 부드럽다보니 주행환경에 따라 출렁출렁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또 대형SUV인만큼 아주 예리한 핸들링 실력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큼직한 20인치 휠과 R-MDPS(렉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덕분인지 코너링시 불안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편 현대차의 반자율주행기술은 이제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듯하다. 고속도로에서 팰리세이드의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을 활성화시키니 운전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차선을 곧잘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커브가 심한 구간에서는 여지없이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경고가 울렸지만 직선구간에서는 운전의 피로도를 낮추기에 충분했다. 특히 운전 중에도 아이들을 수시로 신경써야하는 ‘아빠’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팰리세이드의 모래길 주행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의 모래길 주행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모래길에서 시험한 오프로드 주행도 만족스러웠다. 전자식 AWD 시스템을 적용한 팰리세이드는 기존의 에코·스마트·스포츠의 주행모드 외에도 스노우(눈길)·샌드(모래)·머드(진흙)의 험로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이 기능은 다른 제조사들이 오래 전부터 탑재한 기능이라 늦은 감이 있지만 팰리세이드는 모래길에서 충분한 실력발휘를 해줬다.  팰리세이드의 샌드모드를 활성화하자 세단이나 일반 SUV라면 빠져나오기 힘들만한 모래길을 거침없이 빠져나왔다. 바퀴가 헛돌 때 상대적으로 접지력이 높은 나머지 바퀴에 동력을 집중시켜줬기 때문이다. 

왕복 약 140km를 주행한 후 팰리세이드 계기판에 찍힌 평균연비는 13.2km/ℓ였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을 충분히 사용하며 정속주행했던 덕분인지 12.6km/ℓ의 복합연비를 넘어섰다. 덩치가 제법 큰 대형SUV인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다. 기대 이상의 연비는 큰 차체에도 2톤이 채 되지 않는 가벼운 차체가 한 몫 거든 것으로 보인다. 

◆ 총평
팰리세이드의 등장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팰리세이드는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니즈를 얄미울만큼 철저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경쟁차종은 물론 그랜저, 싼타페, 카니발 등 기존 베스트셀링카의 수요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한정돼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차급에 관계없이 다른 차종들의 판매량을 상당히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로 팰리세이드의 기본가격은 디젤기준 3622만원에 불과하고 높은 급을 고르더라도 4030만원이면 충분하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동급의 수입차인 혼다 파일럿이 5490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가격표다. 4000만원 수준의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라면 넒은 공간과 풍부한 편의사양을 갖추고도 합리적인 가격을 매긴 팰리세이드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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