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22 08:30

勞 "입법미비 따른 현장혼란 막게된 것"…使 "범법자 몰릴 위기"
내년부터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경영계 반발로 시행까진 '험로'

(사진=뉴스웍스DB)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경영계는 '무노동임금'인 주휴수당을 지급하면서도 최저임금법 위반대상으로까지 몰리게 됐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의 주휴수당 제외 주장은 시간당 임금을 올려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며 맞서고 있어 ‘윈-윈’의 해법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회의를 통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최저임금 시급 산정기준을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시간(주휴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대·숙박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가 월 최저임금액의 각각 25%와 7%를 초과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최저임금법에 규정된 월 환산액의 산정방법, 최저임금 적용기준 시간 수를 명확하게 해 현장의 혼란을 막도록 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설명이다. 

그간 노동계와 경영계는 주 단위 또는 월 단위로 지급된 임금을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할 때 주휴시간(8시간)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왔다. 노동계 주장대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월 소정 노동시간은 209시간이지만 경영계 주장대로 주휴시간을 빼면 174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월 소정 근로시간에 대한 혼란이 이어져 왔지만 이번 개정안은 주 40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월 소정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못 박은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경영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노동시간까지 행정 자의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해 기업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게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에서 주휴시간이 빠지면 그 만큼 시간당 임금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그간 경영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주휴시간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예를 들어 월 기본급으로 150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월 소정 노동시간이 209시간이 되면 시간당 임금은 7180원으로 2018년도 최저임금 7530원보다 적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다. 하지만 경영계 요구처럼 월 174시간이 되는 경우 시간당 임금은 8620원으로 늘기 때문에 임금인상 없이도 내년 최저임금까지도 충족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0일 경영계를 대표해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법 위반시 징역 또는 벌금이 부과되는데도 국회의 입법이 아닌 정부가 시행령으로 처리하려는 것이 문제”라며 “특히 행정지침을 실효화 시킨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기는 커녕 행정지침을 시행령으로 행정 법령화해 대법원 판례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3권 분립 원칙과 법치주의 이념에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정부는 ‘소정근로시간 수’만을 분모로 한 현행 시행령을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 입법으로 제출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입법 미비로 인한 혼란을 해결하고 착시효과를 제거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미 주 40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월 소정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계산했는데도 1986년 뒤늦게 최저임금법이 제정되면서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유급주휴시간에 대한 규정이 미처 포함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유급 주휴시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월 소정근로시간을 174시간으로 판결해 혼란이 발생해 왔다”며 “이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임금 환산 기준의 분자에는 주휴수당이 들어가는 반면 분모에는 유급주휴시간이 빠지는 모순이 발생하면서 최저임금이 실제보다 올라간 것처럼 착시효과가 발생해 왔다”고 강조했다. 

노동부의 입장은 이 같은 노동계의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부는 “대법원 판례는 현행 시행령 제5조가 ‘소정근로시간 수’로만 나누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령의 문구에 따라 문리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지난 30여 년간 주‧월급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어 시간당 임금 환산 시 이를 나누는 시간에도 주휴시간을 합산해 계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올해 안에 공포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영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예정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최저임금 산정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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