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12.22 09:00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양민후 기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양민후 기자)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니코틴을 흡입하는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담배가 아닌 니코틴 성분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담배규제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규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가열담배 개요와 쟁점’에 대해 발표한 백유진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장은 “현재 독일·일본에서는 가열담배를 파이프 담배로 규정하고 있고 영국·아일랜드에서는 기타 담배로 정의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궐련형 전자담배로 부르고 있어 분류명에 혼선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법은 전자장치를 이용할 경우 전자담배로 분류하고 있다. 아이코스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속하는 이유다. 다만 대한금연학회 등 전문가 단체는 이런 명칭이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상을 준다며 분류명을 가열담배로 바꿀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백 센터장은 “애매한 분류기준과 함께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 때문에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가 가열담배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며 “금연 대신 가열담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열담배 월별 판매량은 2017년 980만갑에서 2018년 2400만갑으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연프로그램 참여자 수는 19만7000명에서 13만2000명으로 급감했다. 두 가지 현상에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백 센터장의 견해다.   

문제는 가열담배가 덜 해롭지 않으며 중독성도 강하다는 점이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열담배 증기에는 일반담배 연기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가 함유돼있고, 유해물질인 ‘아세나프틸렌’의 함량은 일반담배의 3배에 달했다. 

백 센터장은 “이런 유해성은 폐렴·간독성·심근경색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이를 착안해 아이코스를 위험저감담배(MRTP)로 인정하지 않았고, 아직도 미국 내 시판을 불허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가열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일반담배와 동일한 수준이어서 금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점을 고려할 때 가열담배는 일반담배 수준으로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고 피력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국내 담배 시장에서 가열담배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 센터장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일반담배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가열담배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다”며 “가열담배가 일반담배를 대신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한 해외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가열담배 시장(판매액 기준)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4%에 달했다. 이런 비율은 2019년께 26%까지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센터장은 “보고서는 2022년까지 한국 내 일반담배 판매액은 감소하지만 빈자리를 가열담배 등이 대신 메울 것으로 전망했다”며 “같은 기간 흡연자는 줄고 액상형전자담배·가열담배 사용자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가열담배를 규제하지 않으면 흡연율 감소는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가열담배 규제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담배제품에 대한 정의”라며 “담배와 싸울 것이냐 니코틴과 싸울 것이냐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열담배에 대한 분류가 확실치 않은 국내 상황에서는 담배와 니코틴을 함께 규제해야 한다”며 “또 가열담배의 위해성을 알리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성식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도 “담배규제의 핵심은 니코틴”이라며 “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가열담배 이런 식의 구분보다는 이들 제품이 가진 물질인 니코틴을 규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현재 정부는 금연대책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며 “이 대책에 기존담배과 가열담배에 대한 대응이 담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금연대책의 방점은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이나 문화를 없애는 것과 신종담배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것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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