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24 11:39

민관합동조사단 "차량 화재원인은 EGR 설계결함"…특별한 조건없어도 화재발생 가능
냉각수 보일링 현상으로 EGR쿨러 균열…경고시스템 미작동도 확인
BMW본사, 2015년부터 EGR결함 인지…국내 리콜대상 의도적 축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방문해 BMW 차량 화재 제작결함조사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있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방문해 BMW 차량 화재 제작결함조사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토교통부는 화재 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늑장리콜한 BMW코리아를 검찰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BMW 본사는 3년 전 화재원인인 EGR쿨러 균열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올 여름 잇따른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숨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사단은 그간 BMW 측이 주장해 온 ‘특별한 조건’과는 상관없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까지 내놓았다. 

국토부는 민관합동조사단과 함께 BMW 화재 결함에 대한 이 같은 조사결과를 24일 발표했다.  박심수 민관합동조사공동단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EGR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화재 발생원인”이라면서도 “바이패스밸브 열림은 화재와 직접 영향이 없었고 오히려 EGR밸브 열림 고착이 관련됐다는 점을 화재 재현을 통해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BMW 측은 국토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와 대국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차량 화재원인이 EGR쿨러 균열에 따른 냉각수 침전물이라고 밝혀왔다. 특히 냉각수가 누수되더라도 높은 누적주행거리, 운행조건(고속 정속주행), 바이패스 밸브 열림 등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제한적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었다. 특히 바이패스밸브 개방과는 상관없이 EGR밸브 열림이 고착화 됐을 때 불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조사단은 BMW의 소명과 자료분석, 엔진 및 차량시험 등을 통해 다각도로 화재결함 원인을 조사해왔다. 조사단에는 자동차·법률·소방·환경 전문가, 국회, 소비자단체 등 19명과 자동차안전연구원 13명 등 32명이 참여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EGR쿨러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누수된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EGR쿨러와 흡기다기관에 점착된다. 이후 EGR밸브 열림이 고착돼 500℃ 이상의 고온가스가 DPF로 유입되면 EGR 쿨러내 침전물에서 불티가 발생한다. 이 불티가 흡기다기관 침전물에 안착해 불꽃으로 확산되면 화재가 일어나게 된다.  

또 조사단은 조사과정에서 EGR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확인했고 이 현상은 BMW의 EGR 설계결함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EGR쿨러의 열용량이 부족하거나 EGR이 과다 사용되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보일링이 지속될 경우 EGR쿨러에 반복적으로 열충격이 가해져 EGR쿨러 균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에 대한 BMW의 추가적인 소명과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조사단의 결론이다. 

이어 조사단은 EGR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지 못하는 현상과 이에 대한 경고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경고 조치없이 EGR쿨러 내 가스가 유입되면서 EGR쿨러의 균열이 가속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또 조사단은 화재결함과 관련해 BMW코리아가 조치한 리콜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함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앞서 BMW 측은 지난 7월 25일 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를 1차로 리콜하고 10월 19일에는 118d 등 52개 차종 6만5763대를 2차로 리콜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조사과정에서 일부 BMW 디젤차량이 당초 리콜대상 차량과 동일 엔진·동일 EGR을 사용하고 있는 데도 1차 리콜에서 제외된 사실을 확인했다. BMW는 조사단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야 2차 리콜을 실시했는데, 이는 1차 리콜 대상을 축소하려는 의도였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특히 조사단은 흡기다기관의 경우 오염되거나 약화돼 물리적 파손이 있을 수 있고 실제 EGR모듈을 교체한 리콜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흡기다기관의 리콜조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또 EGR쿨러의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냉각수 보일링에 대해서도 BMW에 소명을 요구하고 향후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지난 8월 6일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재결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지난 8월 6일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재결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또 조사단은 독일 본사가 이미 지난 2015년 10월에 EGR쿨러 균열문제 해결을 위한 'Task Force'를 구성해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는 BMW 내부보고서에 EGR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천공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올해 4월 BMW가 실시한 환경부 리콜은 현재 진행 중인 국토부 리콜과 그 원인 및 방법이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적어도 그 시점에는 국토부 리콜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조사단의 결론이다. 앞서 BMW 측은 올해 7월 20일이 되어서야 EGR결함과 화재간 상관관계를 알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리콜이 실시되기 이전인 올해 상반기에 제출의무가 있었던 EGR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관련 기술 분석자료를 최대 153일 지연해 리콜 이후인 올해 9월에 정부에 제출하는 등 결함을 은폐 하려고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리콜대상 차량 전체(65개 차종, 17만2080대)에 대해 흡기다기관 리콜(점검후 교체)를 즉시 요구할 예정이다. 또 새로 밝혀진 화재 원인인 EGR 보일링 현상과 EGR밸브 경고시스템 관련해서는 BMW에 즉시 소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자동차안전연구원에는 내구성 확인을 위한 검증과 조사를 이행토록 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최대한 조속하게 추가리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BMW의 결함은폐·축소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늑장리콜하면 형사처벌 10년이하 징역 또는 1억원이하의 벌금을 매겨진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늑장리콜한 BMW에 대해 리콜 대상차량 총 39개 차종, 2만2670대에 해당하는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단 조사결과에 근거해 BMW에 추가리콜 요구, 검찰고발 및 과징금 부과 등을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며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리콜제도 혁신방안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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