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 기자
  • 입력 2018.12.26 10:26
이석호 청호나이스 대표이사
이석호 청호나이스 대표이사 (사진제공=청호나이스)

[뉴스웍스=김영길 기자] 이석호 청호나이스 대표이사가 이달 말 현직에서 물러난다. 지난 2010년 대표이사에 올라 9년간 청호나이스를 이끌어온 이 대표가 후배들을 위해 아름다운 퇴장을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용퇴에 크게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그가 재임 기간 보여 준 실적이 탁월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청호나이스의 매출을 2배 가까이 늘리며 청호나이스를 정수기 업계의 다크호스로 키웠다. 2000억원대에 머물렀던 청호나이스 매출은 지난해 3846억원까지 늘어났고, 현재 누적계정은 140만개로 업계 2~3위를 기록 중이다.

매출이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이 뒷받침됐다. 그는 청호에 합류한 뒤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정도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얼음정수기와 커피정수기, 와인셀러,정수기, 아기 정수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호=얼음정수기’라는 등식을 만들어 낸 것도 바로 이 대표다. 그는 청호나이스는 물론 정수기에 대한 애정이 커 직접 광고 모델로 출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제품 라인업 다양화도 그가 이뤄낸 성과다. 청호나이스는 1993년 설립된 이후 정수기에만 매진해왔고 전체 매출의 60%도 정수기에서 나왔지만 최근에는 공기청정기, 비데는 물론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 다양한 생활 가전에도 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의 퇴장은 실적 부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재임기간 보여 준 경영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했다”며 “9년간 재임한 선례가 없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이 대표 같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는 점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요즘 흔히 말하는 ‘흑수저’ 출신이다. 그는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서 태어났다. 흔히 얘기하는 일류고와 일류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다. 면 소재지에 있는 주천고등학교와 지방대인 강원대학교를 나와 성우그룹 계열의 현대시멘트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청호나이스와는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지난 2001년 9월 상무이사로 입사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사내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0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3년 임기를 세 차례 연임해 9년간 재임했다.

이 대표의 장수 비결은 ‘소통’과 ‘현장경영’이다. 매달 10회 이상 전국 각지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찾아가 소통하고 격려하며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취임이후 지금까지 가장 먼저 회사에 출근해 회사 안팎을 챙기며 직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여 온 것이 괄목상대할 성과를 올린 비결이 된 것이다. 몸에 베인 성실함과 겸손함을 바탕으로 솔선수범의 진수를 보여 준 이 대표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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