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27 06:35

수소차, 전기차 대비 효율 떨어지고 생산과정서 탄소배출량도 많아
전문가들 "대중화 늦어질 수소차 대신 전기차 육성 집중해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우리 정부와 현대자동차가 ‘수소 경제’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밝힌 후 수소전기차 보급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30년까지 국내서 연간 50만대의 수소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정한 상태다. 

하지만 수소전기차는 수소 생산과정의 한계 탓에 ‘궁극의 친환경차’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소를 만들어내려면 다른 에너지가 과다하게 소모되는 만큼 수소전기차가 아닌 전기차 육성에 집중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1일 열린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에서 “수소전기차는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큰 만큼 협력사와 동반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 기반을 구축하도록 하겠다”며 “머지 않아 다가올 수소전기차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연간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약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에 총 7조6000억원을 신규로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의 칭화대학 베이징칭화공업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수소에너지 펀드'를 설립해 수소산업 밸류체인 내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하는 등 수소전기차 생태계 확장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이 같은 ‘수소전기차’ 올인에 적지 않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소연료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려면 수조 달러 이상의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수소연료 자체가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 미래학자인 토니 세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Toyota vs Tesla'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수소전기차의 비효율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에너지혁명 2030‘이라는 저서로도 잘 알려진 세바 교수는 “수소경제는 전기차나 태양열, 풍력 인프라보다 3~6배의 에너지를 더 사용하고 가솔린보다도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바 교수는 현대차가 추진하는 ‘수소 경제’ 구현에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하는 수소는 태생 자체가 ‘에너지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얻으려면 전력이 필요하고, 이 전력을 만들어내려면 석탄 등의 1차 에너지원을 써야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세바 교수는 전기차가 수소전기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최소 3배 이상 높다고 주장했다. 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수소전기차가 전기차보다 3배 이상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최신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50% 이상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화석연료에서 나온 부생수소로 수소전기차를 충전하면 오히려 내연기관차보다 탄소배출량이 50% 이상 많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재 수소전기차의 연료가 되는 수소는 물에 메탄가스를 넣어 합성·분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메탄의 20년 지구온난화지수(GMP)는 72다. 메탄 1kg이 향후 20년간 온실효과에 끼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 1kg보다 72배가 높다는 뜻이다. 

또 수소가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소는 물에서 ‘가수분해’했을 때만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분류되는데, 가수분해를 위해 재래식 전기를 사용한다면 여전히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전문가들도 수소에너지에 대한 이 같은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전기차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사용하고 있다”며 "수소를 화석연료에서 뽑아내는 것은 '궁극의 친환경차'로서 낯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에너지원에 한계가 있는 수소전기차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전기차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모델이 부족한 현대차는 EU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당장 2021년에 1조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할 수 있다”며 “벌금을 안내려면 전기차를 적극 육성해야 하는데 보급이 늦어지고 있는 수소전기차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에너지원의 한계로 수소전기차 시장은 전기차처럼 단시간에 성장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수소생산 공장, 정제소, 파이프라인, 저장시설, 압축기, 수소충전소 등을 갖추기 위해 수조달러 규모의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2040년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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