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2.28 06:30

높은 내수판매량 바탕으로 기술력 우위 확보…버스 등 산업용 전기차에 초점
저렴한 중국산 전기버스 국내업체 위협…"보조금 늘려 국산 경쟁력 강화해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신산업’으로 대표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의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는 물론 IT 기업들까지 앞다퉈 기술개발에 뛰어드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듯 총성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국가가 있다. 바로 이웃나라 중국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에서 중국은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주요 글로벌 제조사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조악한 품질의 자동차밖에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중국은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퀀텀점프에 성공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제조사는 중국의 비야디(BYD)다. 

비야디는 2017년 한 해 동안 11만대에 육박하는 친환경차를 팔아치운 반면 현대차는 고작 2만3000여대에 그쳐 20위권에 머물렀다. 친환경차 상위 10개사 가운데 중국업체가 4곳이나 될 정도로 중국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이 같은 도약은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 덕분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부터 친환경차 보조금을 무려 1420억위안(약 23조원)이나 쏟아부었다. 자국내의 높은 판매량을 바탕으로 꾸준히 기술경쟁력까지 강화하더니 급기야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잡아먹을 기세다.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전기버스 육성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전기버스 가격의 45%에 달하는 파격적인 보조급을 지급한 중국에서는 무려 13만대의 전기버스가 보급됐다. 미국의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이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국내에서 우위를 확보한 뒤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고 특히 버스 등 상업용 전기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중국은 제작사에게도 2020년까지 대당 300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의 사정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우리 정부는 불과 연간 100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판매대수 역시 이를 넘지 못했다. 2019년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대수는 보조금 규모로 미뤄볼 때 최대 4만대까지 가능하지만 전기버스 보급은 크게 늦은 편이다.

전기버스는 친환경차의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월간 3000여대에 육박하는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전기차는 아직까지 ‘세컨카’에 머무르거나 출퇴근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장거리 전기차라도 1회 충전시 400km 이상 주행하는 차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용도가 국한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라는 점에서 전기차 보급의 첨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기버스와 같은 상업용 전기차는 매일 주행하기 때문에 주차장에 서 있을 때가 더 많은 개인용 전기차보다 보조금 지급 확대에 대한 명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전기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일반 전기차보다 보조금 규모를 늘려도 된다”며 “전기버스를 구입하기엔 자금사정이 열악한 운수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전기버스 활성화와 국내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라도 보조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산 전기버스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 보급대수를 크게 늘렸고, 제조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기술력을 무섭게 끌어올렸다. 중국산 전기버스들은 기세를 몰아 국내 시장까지 공격적으로 노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운수회사 입장에선 국내업체보다 중국업체에 눈길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국내의 전기버스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탓에 국내 전기버스 산업의 생태계도 좀처럼 탄탄해지지 못하고 있다.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국내업체는 현대차와 에디슨모터스 뿐이고 3대 대도시에 배정된 전기저상버스 77대 가운데 52대를 현대차가 독식했다. 다양한 업체들이 등장해 경쟁력 있는 전기버스 모델을 내놓고 있는 중국과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전기버스 보급 활성화를 통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전기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며 구호만 외치다가 중국업체들에게 시장을 내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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