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2.28 09:37

산재사망 발생 5년내 또 위반하면 형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
고용부장관, 중대재해 발생·산재 재발 우려시 작업중지 명령 가능

고 김용균 군 분향소
고 김용균 씨 분향소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위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재적의원 185명 중 찬성 165표, 반대 1표, 기권 19표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개정된 산안법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하청의 재하청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보호 대상 확대, 산업재해 예방계획의 구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된다. 특수형태 근로자나 배달종사자, 가맹사업자 소속 근로자처럼 근기법 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까지 적용한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개정 법은 도금작업, 수은, 납, 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 대상 물질의 제조·사용 작업의 유해·위험성을 고려해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위반 시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일시적·간헐적 작업,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급인이 보유한 기술이 사업주의 사업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도급을 허용한다.

유해·위험 작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사내 도급하려는 경우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평가를 받아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렇게 승인을 받아 도급받은 작업은 다시 하도급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위반 시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막판 쟁점이었던 도급 책임 범위와 관련해서는 도급인이 수급인 또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범위를  '도급인의 사업장 및 도급인이 지정·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규정했다. 원청 사업자가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장소가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된다. 원청 사업장이 아니라도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 중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 원안은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이었지만 사용자측 반대로 “지배·관리”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원청이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현재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정부 원안은 하청사업자 처벌수위와 같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재계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대표이사가 산재 예방을 위해 비용, 시설, 인원 등이 포함된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개정 법은 중대 재해가 발생했거나 다시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작업중지권을 명문화한 것이다.

원청이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지금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정부 원안은 하청사업자 처벌수위와 같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재계 의견이 반영돼 처벌수위가 낮아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 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원·하청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 상한선은 정부안에 담긴 '10년' 대신 현행 '7년'이 유지된다. 사용자는 지금처럼 1억원 이하 벌금, 7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법인 대표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처음 산재 사망이 발생한 뒤 5년 안에 다시 법을 위반하면 기존 형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강화됐다. 사망 사고 발생 시 양벌 규정에 따라 법인에도 함께 부과하는 벌금의 상한선도 현행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조정됐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중 구성성분 명칭과 함유량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노동부 장관 사전승인을 받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물질안전보건자료는 작성과 제출 의무를 유지하되, 영업비밀 유출 우려로 공개 조항은 삭제했다.

여야는 김용균법 핵심 쟁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이날 오전 원내대표 회동에서 본회의 처리로 의견을 모으며 막판 돌파구를 마련했고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반나절만에 통과했다. 이에앞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19세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에도 산안법 개정안이 논의되었지만 법 개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김용균 씨(24)가 작업중 사망하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자, 국회에서 뒤늦게 관련 법이 정비됐다. 

노동계는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 처벌과 관련해 징역하한선이 도입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고 김용균씨가 숨지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정작 고인이 일하던 발전소 연료환경운전업무는 도급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산재사망 처벌에 징역하한선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고 김용균씨 부모.
고 김용균씨 부모. (사진=원성훈 기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 국회 환노위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법안 통과를 염원했다. 김씨는 여야 합의가 도출된 뒤 “우리 아들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비록 우리 아들은 누리지 못하지만 아들에게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래는 나라가 했어야 하는 일을 제가 하게 됐다. 우리 용균이가 이렇게 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아들에게도 심정을 전했다. "용균아, 다음에 엄마가 너한테 갈 때는 너에게 조금 덜 미안할 것 같아. '엄마, 잘했다'고 내 얘기를 했으면 좋겠어. 아직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 너무 많은데 그래도 엄마를 조금이라도 봐줘"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유효기간을 2023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 등 고용노동부 소관 8개 법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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