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12.28 18:18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 모습. (사진제공=국민은행 노조)​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 모습. (사진제공=국민은행 노조)​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KB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파업을 의결했다. 이로써 국민은행 노조는 19년 만에 합법적으로 파업수순을 밟게 됐다.

28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하루 동안 진행된 총파업 찬반투표는 투표조합원 1만1990명 가운데 1만1511명(96.01%)의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앞서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9월 18일부터 대표자 교섭을 포함, 총 12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지난 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접수하고 2차례 조정까지 거쳤으나 24일 마지막 조정회의마저 최종 결렬됐다.

노사 갈등의 주요쟁점은 ▲임금피크제 진입시기 단축 ▲페이밴드 전직원 확대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근무경력 인정 여부 등이다.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 산별교섭에서 사용자측과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각 은행별 현행 제도에서 1년씩 연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각 은행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 조건은 노사가 별도로 진행하도록 했다.

현재 사측은 부점장(만 55세 생일 도달 다음달)과 팀원(만 55세 생일 도달 후 다음해 초일)의 진입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팀원들의 임금피크제 도입 기준도 월 기준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이 경우 임금피크제 1년 연장이 직원별로 1~11개월 단축될 수 있기 때문에 노조 측은 반대하고 있다.

사측이 페이밴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 것도 쟁점이다. 페이밴드는 일정 기간 안에 직급 승진을 못 하면 임금이 오르지 않는 연봉제의 일종으로 현재에는 신입직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노조 측은 페이밴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시 경력인정 여부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근무경력은 1년 당 3개월만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노조 측은 전 경력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의 총파업은 사실상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파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이지만 그동안 국민은행 노사 간에 쌓인 고질적인 갈등과 불신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파업 결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일부 네티즌들은 “평균 연봉 9000만원.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등의 비난 댓글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귀족노조 파업하는데 촛불은 왜 드는데”라는 글을 올려 박근혜 탄핵 당시의 ‘촛불정신’을 노조파업에 이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가 하면 “전원 해고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 다시 뽑아라”라는 강경 발언도 올라오고 있다.

물론 파업이 예고된 내달 8일 이전에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고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총파업은 원치 않는다”며 “내달 7일 전까지 교섭에 응해온다면 극적인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한다.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 파업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 만약 파업이라는 막다른 골목까지 간다면 국민들이 국민은행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 속에서 은행 고임금자들이 보여주는 이기적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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