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8.12.31 14:02

"고해성사 신부가 나와 내 친구들 성추행"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JTBC 뉴스 캡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JTBC 뉴스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0대 시절 가사도우미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또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키다와판시에서 열린 가톨릭 교회 비판 집회에 참석해 고등학생 시절 가사도우미를 성추행한 사실을 고해성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사도우미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서 담요를 들춰내고 속옷 안에 손을 넣었다”며 “가사도우미가 깨어나는 바람에 곧 방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장실로 갔다가 재차 이 같은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톨릭 신부에게 이 사실을 고백했는데, 이후 그 신부가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을 성추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죄를) 고백하는 동안 그들(신부)은 우리를 만진다"면서 가톨릭 교회를 ‘가장 위선적인 곳’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필리핀 야당과 인권·노동단체들은 우려와 함께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여권 신장을 위한 필리핀 정당 가브리엘라는 “그의 발언은 그 자신뿐 아니라 그를 믿었던 수많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당장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노동단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필리핀 여성 근로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여성들 중에는 해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았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그들의 신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 측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톨릭 사제들의 성학대 사실을 과장하기 위해 재미있는 일화를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성적인 막말과 농담 등을 일삼아 비판을 받아왔다. 2016년 필리핀 대선 유세에서 그는 1989년 교도소 폭동 사건 당시 성폭행 후 살해당한 호주 출신 여성 선교사의 외모를 언급하며 "내가 먼저 (성폭행)했어야 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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