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01.03 16:09
김정주 NXC 대표. (사진제공=넥슨)
김정주 NXC 대표. (사진제공=넥슨)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2019년 벽두부터 게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가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NXC 지분은 67.49%. 여기에 특수관계인 보유량을 모두 합치면 총 98.64%다.

김 대표의 지분 가치는 막대하다. 넥슨은 지주회사인 NXC와 넥슨코리아 및 10여 개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NXC는 넥슨 지분 47.98%를 보유하고 있어 김 대표가 내놓은 지분을 모두 확보하면 넥슨의 경영권도 획득 가능하다.

게임뿐 아니라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등 별도로 보유한 계열사 가치 등도 더하면 김 대표의 지분 가치는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매각 자체에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후보군도 빠르게 압축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는 중국의 텐센트가 거론된다. 텐센트는 게임 시장 조사기관 뉴주(Newzoo)가 조사한 '2018년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에서 1위에 올랐으며 현재 넥슨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인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내부의 게임 규제도 텐센트 후보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80개의 새 게임 판호를 승인했지만 이 가운데 텐센트의 게임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텐센트이기에 지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러한 시각 덕분인지 넥슨코리아가 지분을 보유한 넥슨지티와 넷게임즈는 기사가 나온 이후 주가가 약 30%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만약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기업에 넥슨이 인수되면 이들의 게임은 판호 발급 없이 중국 시장에 직접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러한 기대심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증권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넥슨이 해외에 넘어갈 경우 국내 게임산업의 기둥 하나가 뽑히는 것과 다름없어서다.

넥슨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 중인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피파 온라인 4' 등 여러 히트작을 국내외에 서비스하며 업계의 선두자리를 곤고히 지켰다.

매출 면에서도 넥슨은 업계 최상위를 유지했다. 지난 2011년 게임업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2조 2987억원을 기록하며 현재 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속칭 '3N'과 함께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다.

이번 김 대표의 지분 매각 이유와 관련해 다양한 설이 돌고 있다. 다만 10여 년간 이어온 정부의 게임 규제로 인한 피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NXC 관계자는 "김 대표는 평소에 게임 규제로 인한 피로감을 언급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김 대표의 향후 행보는 넥슨뿐 아니라 국내 게임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업체와 언론, 게이머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신중한 결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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