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9.01.03 18:36
도산서원 전교당 앞에서 한 컷.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적자국채 발행 진위 여부 폭로로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심경과 국채 발행 취소 폭로 건에 대해 당당히 설명하던 신 전 사무관은 3일 친구에게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다행히 소방과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고 한다.

구조에 나섰던 소방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이 아직 의식이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서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말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공익 제보자인가, 기밀 누설자인가'는 논란을 떠나 30대 한 젊은이의 목숨이 사라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신 전 사무관은 자살 직전인 이날 오전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살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며 "제 폭로는 이 같은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할 것이란 '부채의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부채의식은 과연 무엇일까.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장에서 부채에 대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국가의 녹을 받으며 일한 공무원으로서 상부의 압력에 의해 국가에 손실을 끼치는 일을 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폭로로 인해 이 나라와 행정조직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했던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폭로가 기재부에서 벌어졌던 국채 발행 시도 건의 성사 여부를 떠나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벌어졌던 상황들을 혼자 안고 가기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해 폭로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부채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 전 사무관은 "직장에서 나오고 아무 생각 없이 강사를 하려고 했으나 이런 부담감이 가슴을 짓눌러 학원 강사를 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정말 이런 사실들을 말하지 않으면 스스로 못 견딜 것 같아 폭로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1등 부처라는 기재부 공무원으로서 전도가 양양했던만큼 신 사무관이 다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비정상적인 정책이 집행돼 제2, 제3의 공직자들이 가슴앓이를 하는 폐해를 막아야한다는 순수한 동기로  행동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는 지시받은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약 4조 원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국가가 지는 부담은 약 2000억 원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물론 기재부 관계자들이 4조원 대에 신규 국채 발행이 결과적으로 철회됐다는 점을 놓고 2000억 원의 국고 손실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신 전 사무관과 그가 밝히는 것처럼 동료들의 저항이 없었고 시장 상황도 감안하지 않았다면 국채는 예정대로 발행되었을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국장급이상 고위 공무원은 청와대의 눈치를 사무관급보다 훨씬 더 보기 마련이다. 더구나 정권 초기에 청와대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항명으로 내몰릴 여지도 크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의 양심선언으로 주변 선후배들이 곤란에 처해지자 '가슴앓이'가 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맥락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이 이런 결정을 하도록 내몰았던 '부채'는 이제 모든 국민들의 부채로 이전된 것은 아닐까.  신 전 사무관 등 소신 있는 공무원들의 최종 결정으로 2000억 원 대 국고 손실이 줄었들었다. 2019년 최저임금 약 174만원을 계산하면 약 114만9425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것 아닌가.

꾸준히 세금을 납부해온 본인부터 신 전 사무관에게 빚을 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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