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9.01.04 06:30

천편일률적인 시장에 다양성 부여…다양한 레저활동에 특화
적재함 키워 큰 물건도 거뜬…자동차로 삶 즐기는 새 문화 기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천편일률(千篇一律)’이다.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까닭에 “그랜저 아니면 싼타페”라는 단조로운 공식이 생겨난 지 오래다. 자동차는 집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지만 한국인들은 억지로 차에 삶을 끼워 넣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시장엔 경쟁력 갖춘 차종이 별로 없다보니 저렴하면서도 풍부한 편의사양을 갖춘 소수의 차종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다보니 도로는 그랜저와 싼타페, 그리고 아반떼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상황. 특히 소비자의 선택이 소수의 특정 차종으로 몰리다보니 개성적인 차종이 나오기 힘든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랜저와 싼타페가 각각 월 1만대씩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이 때, 쌍용차가 또 한 번 모험을 감행했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의 적재함을 확장한 렉스턴 스포츠 ‘칸’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의 전장을 310mm 늘린 롱보디 모델인 ‘칸’은 단조롭던 국내 자동차 시장은 물론 자동차문화와 소비자들의 삶까지 변화를 줄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캠핑카로 튜닝한 렉스턴스포츠 칸. (사진=박경보기자)
캠핑카로 튜닝한 렉스턴스포츠 칸. (사진=박경보기자)

쌍용차는 작정한 듯 레저용으로 다양하게 튜닝한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행사장에 전시했다. 일반적인 형태인 탑을 씌운 것은 물론이고 서핑보드를 올리거나 큰 몸집의 ATV(사륜형 이륜차)를 거뜬히 실어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캠핑카 제작업체와 협력해 제작한 캠핑카는 참석한 기자들의 큰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다양한 활용성은 쌍용차 관계자가 '레저의 끝판왕'이라고 소개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에서 변화의 폭이 거의 없이 적재함 크기만 커진 것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적재함이 길어져 미국의 ‘정통 픽업트럭’에 버금가는 안정적인 비례감을 갖추게 된 것은 물론 활용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은 매우 반갑다. 기존 무쏘에 적재함을 얹은 탓에 어정쩡한 디자인을 보여줬던 무쏘 스포츠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적재함 위에 ATV를 올린 렉스턴 스포츠 칸. (사진=박경보기자)
적재함 위에 ATV를 올린 렉스턴 스포츠 칸. (사진=박경보기자)

렉스턴 스포츠의 변신은 많은 부분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적재용량 1011ℓ(400kg)의 기존 적재함은 본격적인 레저활동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에게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캠핑에 필요한 짐을 싣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몸집이 큰 물건을 다루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다양하게 활용된 렉스턴 스포츠 칸을 보여준 것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대비 24.8% 늘어난 1262ℓ의 적재용량을 갖춘 렉스턴 스포츠 칸은 중량 기준으로 최대 70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기존의 5링크 서스펜션은 적재능력에 한계가 있었지만 판스프링이 적용된 롱보디 모델은 휠씬 여유로운 적재가 가능해졌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는 프레임 보디를 쓰고 있기 때문에 모노코크 형식의 다른 SUV 차종 보다 견인능력과 험로탈출능력이 우수한 편이다. 아무리 무거운 트레일러를 끌더라도 차체가 틀어질 위험이 적고 지상고도 상대적으로 높아 험로주행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프로드용으로 외관을 꾸민 렉스턴스포츠 칸. (사진=박경보기자)
오프로드용으로 외관을 꾸민 렉스턴스포츠 칸. (사진=박경보기자)

특히 구동방식도 ‘구식’으로 평가받는 파트타임 사륜구동(4WD) 방식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일상주행이 아닌 레저활동에서는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전자식 상시사륜(AWD) 방식은 주행환경에 따라 각 바퀴에 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하지만 오프로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반면 파트타임 사륜방식은 저속에서 각 바퀴에 균등하게 힘을 배분해주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어 험로주행과 궁합이 맞는다. 다이내믹한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일상주행에서 주행안정감을 높이는 AWD 보다 험로주행에 특화된 4WD 방식이 더 낫다는 이야기다.

얌전하고 단정한 ‘도심형 SUV'만 즐비한 국내 SUV시장에서 렉스턴 스포츠 칸은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거친 이미지의 정통 SUV가 멸종돼가는 현 시점에 렉스턴 스포츠 시리즈는 밋밋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UV를 구입하고도 세단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타고 다니는 국내 자동차 문화에도 다양성을 주기에 충분하다. 렉스턴 스포츠와 같은 개성 넘치는 차들이 성공가도를 이어간다면 차만큼이나 단조로운 한국인들의 일상에도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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