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9.01.05 06:00

정부, 엔진설계 결함 입증위해 추가보완 필요…BMW도 본사 차원 소명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정부는 최근 BMW 차량 화재 원인은 잘못된 차량 설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자가 반년 전부터 항상 강조한 주요 내용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BMW는 EGR 쿨러의 누수가 직접적인 원인인 만큼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콜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정부의 공신력이 밑받침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설계결함을 인정했기 때문에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BMW 차량 약 200만대에 대한 리콜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정부 발표의 주요 내용은 부품사의 문제가 아니라 BMW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은폐, 축소, 지연 등 잘못된 리콜 방법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에 따라 BMW와 정부의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몇 가지 측면에서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BMW의 결함에 대한 조사결과를 지난해 안에 최종 발표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는 만큼 좀 더 보강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향후 검경 수사와 BMW의 소명에 따라 재보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MW의 엔진 설계 잘못이라는 내용을 입증하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EGR 쿨러 냉각수양이 얼마나 부족한지 다른 차량 대비 측정치가 나와야 할 것이다. EGR 밸브 등 각종 부품에 가해진 무리한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입증된다면 더욱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BMW 차량의 EGR 쿨러 냉각수가 다른 메이커의 차량 대비 40~5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EGR 밸브나 바이패스 밸브 등을 다른 차량 대비 무리하게 많이 사용한다는 것도 강조해 왔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다면 더욱 확실한 보완이 될 수 있다.      
 
또 BMW 역시 본사 차원의 충분한 소명이 필요하다. 지난해 늦봄의 BMW 기자회견에서처럼 운전자의 장거리 운행거리와 무리한 운행이라는 창피한 이유를 대지 말고 합리적인 공학적인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이 요구된다. 정부의 최종 발표에 대한 반박할 수 있는 확실한 소명이 이루어져야 신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검경의 은폐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확실한 소명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대한민국에서만 독특하게 화재가 직접적으로 많이 발생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 이번 발표에서 독일이나 영국 등과 유사한 비율로 화재가 발생한다고 했지만 직접적으로 차량이 불에 타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무리하게 EGR 시스템을 동작시키도록 설계한 소프트웨어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 봐야한다. EGR 밸브의 세밀한 여닫이 프로그램 설계가 문제일 수도 있고 질소산화물 저감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뜨거운 배기가스를 유입량을 늘려 EGR 쿨러 누수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와 같은 ‘조작’은 아니더라도 EGR 시스템의 정상적인 운용에 문제를 일으키는 프로그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리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올 여름 또 다시 차량화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의 리콜과 같이 무리가 간 EGR 모듈을 교체하면 화재가 발생하는 시간은 벌겠지만 결국 다시 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EGR 모듈 교체와 함께 프로그램 업데이트로 뜨거운 배기가스 유입량을 줄이면 당연히 화재는 없어지겠지만 질소산화물 저감이 줄어들면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운행이 정지될 수 있다. 운행이 정지되면 리콜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재결함 문제는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로 꼽힌다. 앞으로 검경 고발로 인한 조사가 본격화되면 BMW코리아의 소명과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대로 해결해 올해 여름에는 BMW 차량 화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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