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6.02.03 17:23

창조경제 vs 남의 밥그릇 뺏기 갈등... 정부가 신구 산업 타협점 찾아줘야

심야 전세버스 공유서비스인 '콜버스'를 중단시키라는 택시업계의 신문 광고가 지난 1일 실린데 이어 2일에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금지해달라는 택배업계의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는 등 최근들어 산업계에 ‘전통’업자와 ‘신흥’업자간 충돌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우버 택시를 시작으로 중고차 온라인 매매 사이트인 헤이딜러와 중고차매매업계, 배달앱과 가맹 음식점, 카카오택시와 택시업계, 카카오드라이버와 대리기사업계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O2O(Online to Offline) 갈등’은 온라인 산업과 오프라인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대적인 트렌드다.

갈등 프로세스도 거의 다 똑같다. 한 업종에 온라인·모바일 등 IT기술로 무장한 (아무래도 젊은) 사업자가 새로 뛰어들면 전통 사업자가 강력 반발하며 양자간 갈등을 사회문제화하는 식이다.

앞으로 인터넷사업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거의 전 서비스업종에 걸쳐 비슷한 갈등이 나올 공산이 크다. 이미 카카오만 해도 연구중인 수십개 아이템 가운데 하나둘씩 발을 들여놓겠다고 알려진 사업만 택시, 대리기사, 퀵서비스, 미용실 등이다.

그때마다 전통 사업자단체는 신생업체의 사업모델이 불법이라며 정부에 사업을 중단시키라고 윽박지른다. 가뜩이나 내수 서비스 산업이 죽을 쑤고 있는 마당에 IT기술을 앞세운 신생업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며 시장을 야금야금 빼앗아가니 전통 업자들은 ‘나 죽는다’며 아우성친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법으로 정한 시설기준을 갖추기 위해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는데 후발 온라인 사업자들에게 시장을 열어주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생 업자들은 IT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대부분 현 정부가 외치는 창조경제에 부합한다. 쿠팡, 헤이딜러, 카카오, 배달앱 등이 다 해당된다. “창조경제가 젊은 애들 몇 명 취업시키고 관련 사업자들 다 죽이는 거냐”는 전통업자들의 주장에 갈등의 핵심 포인트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정부는 양자를 불러 적당한 타협안을 찾아주려고 하지만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이다.

신생 온라인 사업자는 소비자 서비스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창조경제 주도자들이다. 그렇다고 전통 공급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시장을 빼앗기라고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산업계의 세대 갈등이라 할만한 신구(新舊) 사업자의 갈등 구조에서 ‘창조경제’인지 ‘남의 밥그릇 뺏기’인지 판단을 내리기도 애매모호하다. 패러다임이 급속히 재편되는 산업계의 속도를 정부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산업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신구 산업의 타협점을 찾아주고 상생을 유도하는 정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해야 불황기 한국 산업 생태계가 불필요한 체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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