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9.01.09 11:02

보사연 "노동시장 진입도 꺼려…첫 취업이 계층상승 '징검다리' 아닌 '함정' 인식"
"불평등 해소 위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 축소하는 활동 중요"

(그래픽=뉴스웍스DB)
(그래픽=뉴스웍스DB)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젊은층을 중심으로 ‘금수저’ 혹은 ‘흙수저' 등 '수저계급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부모가 물려주는 재산이 본인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을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최근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에 대해 희망을 품는 청년은 크게 줄었다.

2013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응한 30세 미만 청년 가운데 자신의 계층이동 가능성(일생 노력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청년은 53%다. 하지만 이 같은 비율은 2017년 조사에서는 38%로 줄었다.

청년의 주관적인 계층(상상·상하·중상·중하·하상·하하) 의식은 대체로 가구소득이 높고,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아버지의 학력이 높고, 서울에 사는 경우 높았다.

이들 요인 가운데 가구소득의 영향력은 2017년에 크게 높아졌다. 월 소득 700만원 이상인 가구에 속한 청년층은 100만원 미만 청년층보다 계층의식이 한 단계 높아질 가능성은 2013년 5.14배였으나, 2017년에는 8.22배로 크게 높아졌다.

계층이동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변화했다. 2013년에는 가구소득과 거주형태가 '나는 계층이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고, 아버지의 직업과 어머니의 학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2017년에는 부모의 학력·직업 영향력이 사라진 대신 가구소득이 많고,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상승했다. 계층이 한 단계 상승할 가능성에 대한 청년의 인식은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보다 500만∼700만원 가구가 3.15배 높았고, 임대주택 거주자보다 자가주택 거주자가 1.27배 높았다.

특히 2017년 조사내용을 분석한 결과,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청년의 새로운 인식이 드러났다. 청년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안 하는 경우보다 계층 상승 가능성이 오히려 20% 낮아진다고 판단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이 계층이동에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첫 취업이 계층 상승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함정'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서는 풀이했다.

보고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원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며 "계층 고착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향은 본인 세대의 계층이동 문제를 넘어 다음 세대의 계층이동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발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축소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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