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9.01.10 10:22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팀,제1저자 김진용 임상강사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사진제공=서울대병원)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면역거부반응 없이 동종간 모발을 이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팀(제1저자 김진용 임상강사)은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미국장기이식학회지(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탈모는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치료에는 약물요법(바르는 약-미녹시딜 / 먹는 약-피나스테라이드·두타스테라이드)이 우선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경우 모발이식이 시행된다.

현재 대중적으로 시행되는 모발이식은 ‘자가모발이식’이다. 건강한 모낭을 함유한 본인의 피부조각을 떼어내 탈모 부위에 뿌리째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는 환자의 모낭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모낭을 얻을 수 없다.

타인의 모발을 이식받을 경우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간·신장 등 장기와 달리 탈모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면역억제제 복용을 동반한 동종간 모발이식은 고려될 수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체 면역작용에 관여하는 ‘수지상세포’를 주목했다. 

수지상세포는 몸 속에서 종양 등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겼을 경우 이를 인식한 뒤 면역 T-세포에 공격을 요청하는 역할을 한다. 이식된 장기도 이물질이나 병균으로 간주돼 T세포의 공격 대상이 된다. 특히, 공여자의 수지상세포가 급성 면역거부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포착됐다.

연구팀은 피부과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자외선B 조사를 통해, 공여된 모낭에 존재하는 수지상세포를 모두 빠져나가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면역체계를 가진 인간화마우스 24마리에 동종 모발이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이식된 모낭은 새로운 검은 머리카락을 만들어 냈으며, 면역거부반응 없이 6개월 이상 장기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낭은 피부에 존재하는 독립적인 장기로, 면역거부반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면역특권’을 가지고 있다. 뇌와 각막 등도 이런 특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직접 항원제시에 관여하는 공여자의 수지상세포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에 존재하는 기존의 모낭과 같은 상태를 재현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권 교수는 “면역억제제 사용이 없는 모발이식에 새로운 의학적 근거를 얻었다”며 “임상에 적용하기까지 난관이 있겠지만, 기존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이식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