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남상훈 기자
  • 입력 2019.01.10 13:39
(사진=MBC 캡처)
(사진=MBC 캡처)

[뉴스웍스=남상훈 기자]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발이 최고조로 치달을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명의 택시기사가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카카오의 카풀 해법 마련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10일 경찰과 택시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분신한 택시기사 임 모(64) 씨가 이날 새벽 병원 치료 중 사망했다. 카풀 갈등으로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택시기사 최 모씨가 지난달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숨진 바 있다.

이날 숨진 임 씨는 불법 카풀'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에는 '택시기사가 너무 힘들다',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내용과 아내에게 ‘먼저 떠나 미안하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로 입장이 가장 난처하게 된 곳은 카풀 사업을 추진 중인 카카오다. 일각에선 그간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카카오T'의 이용률 급감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택시업계의 대규모 반대 집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택시 기사 최 모씨의 분신 사망으로 예정했던 카풀 서비스를 잠정 연기한 바 있다. 다만 베타서비스(시험서비스)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지금 당장 카카오가 내놓을 답은 막연하다. 원론적인 답 이외에는 할 말이 없어서다. 실제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건이 생긴 것에 애도를 표한다"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카풀 현안에 대한 논의가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고로 인해 당정이 주도했던 카풀과 택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출범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타협기구 중심의 논의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열린 기구 출범 사전간담회에서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베타테스트 중단을 요구하며 불참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택시 업계와의 타협 방안 모색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론도 좋지 않다. 한 카풀러는 "택시업이 너무 어렵고 하루하루 벌기도 힘들다는 고인의 말과 카풀을 우려했다는 마음에 깊은 아픔을 느낀다"면서 "기사들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풀러는 “택시기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정부의 빠른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어떤 일이든 시간을 끌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카풀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만 보내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정부가 대타협을 모색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카풀 문제가 택시업계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도움에 되는 방향으로 타결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