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9.01.13 07:05

길리아드, GSK '줄루카' 시장 장악 저지위해 출시… 복합제로 약효·안전성 높아

(사진=뉴스웍스 합성)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2018년은 항암제와 희귀의약품 등 새로운 의약품이 쏟아져 나와 인류 건강에 기여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신약은 모두 59개로 종전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해 허가된 제품들 가운데 19개는 혁신의약품(first-in-class)이었고, 34개는 희귀의약품(Orphan drug)이었다. 혁신의약품은 기존의 약보다 효과가 우수하거나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말한다. 희귀의약품은 유병인구가 적은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약을 말한다. 

항암제의 경우 16개 제품이 승인됐다. 주목할만한 제품은 바이엘·로소온콜로지(Loxo Oncology)가 개발한 비트락비(Vitrakvi, 성분명: 라로트렉티닙)다. 지난해 11월 NTRK(neurotrophic receptor tyrosine kinase) 유전자 융합이 나타난 고형암 치료에 허가됐다. 특정 부위에 발생한 종양을 치료하기보단 암의 특성에 따라 사용될 수 있어 ‘조직불문약물(tumor-agnostic drug)’로 불린다.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는 8월 상용화된 앨나이람 파마슈티컬즈(Alnylam Pharmaceuticals)의 온파트로(Onpattro, 성분명: 파티스시란)를 눈여겨 볼만하다. 세계 최초 RNA 간섭기술(RNAi: RNA-interference)이 적용된 유전자 치료제로 해법이 없었던 ‘트랜스싸이레틴 아밀로이드증’ 환자에게 허가됐다.

편두통을 예방하는 신약도 다수 승인됐다. 9월 승인된 일라이 릴리의 엠갈리티(Emgality, 성분명: 갈카네주맙)가 대표적이다. 엠갈리티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로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를 표적으로 한다. 신경전달물질인 CGRP는 통증 신호와 관련된 물질이다. 해당 약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에이모빅(Aimovig, 암젠·노바티스), 아조비(Ajovy, 테바) 등도 지난해 허가됐다.

이처럼 다양한 신약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2018년 탄생한 스타는 단연 길리어드가 개발한 빅타르비(Biktarvy)다. 이 약은 지난해 2월 후천면역결립증후군(에이즈)을 유발하는 HIV 감염인의 치료를 돕기 위해 허가됐다. 글로벌 정보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스틱스(Clarivate Analytics)’는 빅타르비를 향후 5년안에 연 매출액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달성이 예측되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선정했다. 여러 성분이 섞인 복합제를 복용할 때 발생하는 길항작용(약효감소)을 억제하고, 안전성도 기존 약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HIV 치료제 시장,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GSK ‘엎치락뒤치락’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HIV 감염 환자는 약 3700만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2100만명은 약물을 통해 꾸준히 질환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성인 HIV 환자의 1차 치료에는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NRTI) 2종류와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NNRTI) 혹은 통합효소억제제(Integrase strand transfer inhibitor; INSTI)를 추가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ART)이 실시되고 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은 약효를 향상시키고, HIV 억제와 약물 내성 방지에 큰 효과가 있다. 1995년부터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이 HIV의 표준치료로 확립되면서 환자의 사망률과 이환률은 현저히 낮아졌다. 과거 불치병이었던 에이즈가 평생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전환된 결정적 계기다.

HIV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내약성과 편의성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는 이런 점을 고려해 만든 복합제를 차례대로 출시했다. 2006년 아틀리플라(Atripla, 성분: 엠트리시타빈/에파비렌츠/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를 시작으로 2011년 콤플레라(Complera, 엠트리시타빈/릴피비린/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2012년 스트리빌드(Stribild, 엘비테그라비르/코비시스타트/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등을 내놓으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다.

라이벌인 GSK(GlaxoSmithKline)는 2014년 트리멕(Triumeq, 아바카비어/돌루텔그라비르/라미부딘)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렸다. 트리멕은 뼈세포 및 신장 독성을 야기하는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tenofovir disoproxil)을 함유하지 않은 첫 복합제다. 티비케이(돌루텔그라비르)가 들어있어 따로 ‘부스터(INSTI)’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에 길리어드는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의 염을 변경해 안전성을 개선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tenofovir alafenamide)로 반격에 나섰다. 이 성분은 2015년 출시한 젠보야(Genboya, 엘비테그라비르/코비시스타트/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와 2016년 상용화된 오데프세이(Odefsey, 릴피비린/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 데스코비(Descovy, 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에 적용됐다.

그러자 GSK는 약 20년간 이어져온 3제 요법에서 과감히 탈피해 2제 요법을 선택한다. 그 결과물은 2018년 1월 상용화된 줄루카(Juluca, 돌루테그라비르/릴피비린)다.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NRTI)로 불리는 에이즈 기반요법(backbone) 없이 통합효소억제제(INSTI)와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NNRTI) 만으로 구성된 약이다. 임상에서는 3제 혹은 4제 요법과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

줄루카에 대한 길리어드의 '반격'이 빅타르비였다.

◇차세대 통합효소억제제 적용된 빅타르비, 트리멕과 동등한 효과

빅타르비는 지난해 2월 후천면역결립증후군(에이즈)을 유발하는 HIV 감염인의 치료에 허가됐다. 빅테그라비르(Bictegravir), 엠트리시타빈,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 등 세 가지 성분이 하나로 합쳐진 복합제다. 하루 한 번 복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 약은 2016년 출시된 데스코비에 비테그라비르 성분이 더해진 약이다. 빅테그라비르는 통합효소억제제(ISTI)로 HIV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빅테그라비르는 앞선 세대의 ISTI인 비텍타(Viktekta, 성분명: 엘비테그라비르, 제약사: 길리어드), 이센트레스(Isentress, 랄테그라비르, MSD), 티비케이의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 시 약물의 길항작용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빅타르비의 약효는 주요 세 가지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첫 번째 임상시험인 1489에서는 앞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HIV 감염 환자 629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참여자의 일부에게 빅타르비를 투여하고, 나머지에게 트리멕을 투여하면서 경과를 지켜봤다.

그 결과, 치료 48주차에 바이러스 농도가 50 copies/mL 이하인 비율은 빅타르비 그룹이 92.4%로 트리멕 그룹(93%)과 차이가 없었다.

두 번째 시험(1490)에서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645명이 참여했다. 이 시험에서 연구진은 참여자의 일부에게 빅타르비를 투여하고, 나머지에게는 데스코비와 티비케이를 병용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치료 48주차에 바이러스 농도가 50 copies/mL 이하인 비율은 빅타르비 그룹이 89.4%, 병용요법 그룹이 92.9%로 집계됐다.

두 가지 시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은 빅테그라비르가 티비케이보다 약효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 번째 시험에서는 기존에 약을 복용하던 환자가 빅타르비로 전환할 경우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유지되는 지 여부가 측정됐다. 

‘1878’에는 환자 577명은 모두 바이러스 농도가 50 copies/mL 이하였다. 연구진은 참여자의 일부에게 빅타르비를 투여하고 나머지는 기존의 치료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 농도가 50 copies/mL이하로 유지된 비율은 빅타르비군이 92.1%, 기존 치료를 계속 받은 환자군이 88.9%로 조사됐다.

여러 임상시험에서 빅타르비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신장 관련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도 없었다. 주요 부작용은 설사·구토·두통 등이었다.

임상시험 책임자 하바드의대 폴 색스 교수는 “빅타르비가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와 기존에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모두 효과를 보였다”며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내약성 모두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빅타르비 올해 연간 매출액은 2조원대···2년내 4조원 돌파

GSK의 시장 장악력은 티비케이로부터 나오고 있다. 하루 한 번 복용이 가능하고 높은 내성 장벽으로 장기 복용에도 안전성 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효소억제제만 놓고 보면 그동안 길리어드가 GSK에 밀리는 추세였다. 빅테그라비르 이전 세대인 비텍타의 경우 하루 한 번 복용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위해선 리토나비르(Ritonavir)와 같은 부스터 제제가 추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테그라비르는 임상시험에서 티비케이와 동등한 효능·안전성을 보였다. 추가적인 부스터 제제없이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길리어드의 시장 영향력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빅타르비가 트리멕과 유사한 수준의 연간 매출을 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트리멕의 출시 후 첫 1년간 매출액은 약 1조2000억원이었다.

빅타르비의 경우 2019년 매출액이 2조467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0년에는 3조6900억원으로 3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 2021년에는 4조6800억원, 2022년에는 이보다 다소 떨어진 4조1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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