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1.14 07:00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지난 10일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장에서 김예령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이는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 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우선 김예령 기자의 발언부터 살펴보자. 김 기자가 파악하고자 했던 점은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는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로 요약된다. 그의 질문은 상당수 국민들이 궁금해했던 점을 해소하려는 목적에 충실했다고 여겨진다.  시의성을 갖추었으며 언론의 사명 수행에도 적절한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과 KBS 최경영 기자는 얼토당토 않게 김 기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비난의 핵심은 '질문방식'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 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이 같은 지적은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한다. '질문'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해 물음'이라고 돼 있다. 즉 자신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알고 싶은 것은 묻는 행위라는 얘기다. 그야말로 김 기자는 짧지만 핵심적인 '질문'을 대통령을 향해 던진 것이다. 적잖은 국민들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그에 따른 성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고 경제정책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질문이다.

당초 시간이 제한된 대통령 기자회견 상황을 살펴보면 이날 질문은 '길이'가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사회통념상 허용될수 있는 시간 범위 내에서 '짧은 것'이어야 했다. 이런 범위를 넘어가는 건 질문이 아니라 구구절절 늘어놓는 불필요한 장광설에 불과하다. 다른 기자들이 질문할 시간을 배려한다는 측면애서도 살펴봐야한다. 핵심만 딱 짚어서 그 뜻을 명확하게 간략히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질문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KBS 최경영 기자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기자가 질문하는 방식은 학교 교육의 문제와 관련 있다고 본다. 무슨 정책이 어떻게 잘못돼서 경제가 구체적으로 이렇게 됐다는 명확한 인과 관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한 말은 도대체 '질문'이 무엇인지 그 본질도 파악하지 못한 '쌩뚱맞은 트집'에 불과하다.

각종 토론회에서 흔히 목도하게 되는 꼴불견이 하나 있다. 일반인에게도 발언기회를 주면, 혹자는 질문을 하는게 아니라 이런저런 쓸데없는 얘기를 잔뜩 끼워넣고 장광설을 늘어 놓기 일쑤다. 이쯤되면, 보통은 사회자가 "짧게 핵심적으로 질문의 요지만 말씀해달라"고 권유하게된다.

최 기자는 자신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도대체 누구에게 학교 교육 문제와 관련이 있느니 무슨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해야 하느니 하면서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최 기자의 주문대로 행했다면, 그것은 '질문'이 아닌 '쌩뚱맞은 장광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질문'은 본질적으로 '묻는 것'이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최 기자는 "국민을 대표해서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자리고 영광"이라며 "조금 더 공부하고 질문하라"고 김 기자에게 일갈했다. 최 기자에 대해 '언론의 사명'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모르고 지금까지 언론인 생활을 해왔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본질적인 기능 중의 하나가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을 대신해서 알아보고 그것을 국민들께 알려주는 것'이다.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개인적인 관심사를 질문하는 것이 아닌, '상당수의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묻는 것'이다. 이랬을 때 국민의 '공복(公僕)'인 대통령은 성심성의껏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국민에게 자신의 정치철학과 향후 로드맵을 설명해야 마땅하다. 김예령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했을 때는 그는 '자연인 신분의 김예령'이 아닌 '국민의 대리자로서의 김예령'으로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공적(公的)인 자리에선 언론이 곧 '국민'이란 의미다.

그러면 누가 누구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지,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영광스러워 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물론, 국민과 대통령이 서로 간에 예의를 지키는 게 당연하지만, 보다 겸손하게 삼가는 쪽은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정성을 다해 예의를 차리고 답변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기자가 편향된 인식으로 김 기자를 비난하고 '조금 더 공부하고 질문하라'는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기본자질은 물론이고, '국민과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조차 모르는 채 언론인 생활을 해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언론에 대한 예의는 그 해당 언론사나 언론인을 보고 그에 대해 예의를 차리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언론에 대한 예의가 곧 국민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자연인과 자연인의 만남이 아닌, 적어도 공식석상에서의 '언론과 공인(公人)과의 만남'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의 사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 전여옥 전 의원의 발언이 새삼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 전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기자다운 기자는 단연 김예령 기자였다. 기자는 시청자가, 독자가 궁금한 것을 두려움 없이 물어야 한다"며 "(어떤 네티즌이) 장사하는 내가 묻고 싶은 것을 물어줘서 정말 고맙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부연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많은 기자들이 질문을 시작하기 앞서 문 대통령에게 인사부터 했다. 평소 보기 힘든데다 청와대 내부 취재도 제한되는 현실에서 인사하는 것을 뭐라할 생각까지는 없다. 다만 인사할 시간을 아껴서 국민들이 정말 알고싶은 내용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들이 대답하기 싫었던 질문을 압축적으로 던졌다면 보다 보기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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