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1.14 11:24
(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
(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14일 출범식을 열고 은행 체제에서 지주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 선포했다. 지난 2014년 11월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를 매각하고 은행 체제로 바꾼 지 4년 3개월 만의 재출범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금융위원회 설립 인가를 거쳐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식 이전 계획서를 승인하고 지난 11일 지주회사 설립 등기를 마쳤다.

이로써 국내 금융시장은 KB와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지주회사 시대로 재편됐다.

우리금융지주 임직원들에게 이번 지주사 출범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2001년 출범한 옛 금융지주는 정부 지분 100% 회사로 관치경영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번 지주사는 민영화 이후의 첫 지주사라는 상징성과 함께 지주사 해체이후 지난 4년 간 은행을 중심으로 사업규모를 충실히 지켜냈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우리금융지주의 2013년 사업보고서와 우리은행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비교하면 옛 우리금융지주의 2013년말 자산총계는 340조6903억원이었고, 지난해 9월말 현재 우리은행의 자산총계는 329조8016억원으로 엇비슷하다. 8개 계열사 매각이라는 악조건에 불구하고 4년간 '덩치'를 지켜내며 경영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한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옛 지주회사(2013년 7134억원 순손실)와 지난해 9월말 우리은행(1조9208억원 순이익)을 비교하면 오히려 늘었다.

해외 점포 수도 옛 지주사 시절과 달리 캄보디아·미얀마·필리핀·베트남 등지를 개척하며 지속적으로 늘려 해외 네트워크 수 430개로 독보적인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질적이나 양적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노사 화합과 지주회사 재출범이라는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우리금융의 설명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노조가 지주회사 회장으로 손태승 행장의 겸임을 지지해 논란을 선제적으로 막았고, 일찌감치 임단협을 타결한데 이어 우리사주조합도 최근 지분 추가매입을 통해 지분 6.4%의 3대 주주로 등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5대 금융지주와 경쟁을 위한 성장기반 마련 등 지주회사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당장 몸집을 늘려야 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현재 우리금융은 경쟁사들과의 덩치싸움에서 밀린다. 지난해 3분기말 자산규모는 KB금융지주 477조7156억원, 신한금융지주 457조7068억원, 하나금융지주 381조8696억원으로 우리금융보다 앞서있다.

몸집을 늘리기 위해서는 증권·보험 등 비은행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하는데, 당장은 인수합병(M&A)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까지는 자기자본비율 계산에 불리한 표준등급법을 적용받을 공산이 커 M&A에 동원할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18%에 달하는 정부 지분(국민연금 지분 제외)도 줄여야 하고, 3만~4만원대인 경쟁사 주식보다 저평가돼 있는 주가(1만5000원대)도 끌어올려야 한다.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손태승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지주’라는 새로운 배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1등 금융그룹을 향해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전략통이자 글로벌통으로 널리 알려진 손 회장이 어떤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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