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9.01.15 07:00

동급최대 실내크기와 긴 최대주행거리 장점…반자율주행기능도 '굿'
기대이상 동력성능도 만족…스포츠모드시 급감하는 배터리는 아쉬워

기아자동차 니로EV (사진=박경보기자)
기아자동차 니로EV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탁한 미세먼지가 전국의 하늘을 뒤덮은 요즘, 수도권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노후 경유차들은 발이 묶였다. ‘클린 디젤’이라며 각광받던 디젤차들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며 설 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처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의 대표주자인 전기차는 빠르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2만5000대 수준이었던 전기차 시장은 올해 보조금 규모가 대폭 늘면서 약 5만대로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치솟는 전기차 수요를 반영하듯 완성차업체는 물론 부품, 배터리 등 전기차 관련 업체들도 생산시설 확대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쉐보레 볼트EV, 그리고 기아차 니로EV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기아차 쏘울EV가 신형으로 돌아오면 전기차들의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앞서나가는 모델은 코나 일렉트릭이지만 가장 최근에 출시된 니로EV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니로EV는 6개월간 총 3433대가 판매되면서 시장의 한 축을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보조금 규모가 대폭 확대되는 것과 맞물려 올해 판매량은 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니로EV의 외관. (사진=박경보기자)
니로EV의 외관. (사진=박경보기자)

기아차의 친환경 모델을 대표하는 니로EV를 다시 만났다.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전해 줄 수 있을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서다. 

니로EV가 내세울 수 있는 최대 강점은 패밀리카로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한 실내공간이다. ‘소형SUV’에 속하는 코나 일렉트릭은 니로EV와 같은 체급이지만 상대적으로 공간이 협소한 편이다. 실제로 니로EV는 전장 4375mm, 전폭 1805mm, 전고 1560mm로 동급 최대크기를 갖고 있다. 

특히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축거는 2700mm에 달해 오히려 윗급인 스포티지보다 30mm 더 길다.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전고가 낮아져 겉으로 보기엔 몸집이 작아 보이지만 막상 탑승해보면 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코나 일렉트릭은 2600mm로 니로EV보다 100mm 짧다. 

뿐만 아니라 451ℓ의 적재용량(트렁크)을 확보한 니로EV는 원형모델인 기존 니로 하이브리드 모델보다도 우세해졌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해 외형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속을 키워 실용성을 극대화한 셈이다.  

니로EV의 변화는 외관보다 실내에서 두드러진다. 센터콘솔엔 기어레버 대신 다이얼식 변속장치가 자리하고 주변은 무드 램프로 둘러 미래지형적 디자인을 강조했다. 이 밖에 도어트림 가니쉬와 송풍구 등도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고급스러워진 것이 특징이다. 기존 모델의 실내 디자인이 친환경차 치고 다소 밋밋했기 때문에 EV모델의 변화는 환영할 만 하다.     

특히 ‘장거리 전기차’로 평가받는 니로EV는 1회 충전시 무려 385km를 주행할 수 있다. 406km를 달릴 수 있는 코나 일렉트릭보다 약 20km 가량 열세지만 회생제동으로 주행가능거리를 늘릴 수 있는 전기차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니로EV는 주행환경에 따라 단 한 번의 충전없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주행이 가능하다. 니로EV의 실제 효율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은평구에서 출발해 자유로를 거쳐 임진각휴게소로 가는 코스를 두 번 왕복하기로 했다. 총 합쳐도 300k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장거리 주행능력을 알아보기엔 충분한 코스다.

니로EV의 실내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니로EV의 실내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차량에 앉아 시동을 걸면 전기차답게 전면 계기판과 디스플레이에 조명만 들어온다. 본격적으로 도로에 나서기 위해 액셀레이터에 살짝 힘을 주자 차량이 급격히 앞으로 뛰쳐나가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정 엔진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내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정지상태에서도 최대 힘을 내는 전기차만의 특성이다. 다만 액셀레이터가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전기차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특히 제동을 할 때도 내연기관차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붙은 회생제동 패들쉬프트 버튼 누르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정지까지 할 수 있고 오른쪽 버튼으로는 단계설정(0~3단계)까지 할 수 있다. 차량의 관성력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니로EV의 회생제동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배터리 충전은 빨라지지만 승차감은 반비례한다. 2~3단계에서 액셀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급격한 감속이 이뤄지기 때문에 마치 뒤에서 잡아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1단계로 설정하고 주행하는 것이 적절해보였다. 

고속주행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날렵한 몸놀림이다. 니로EV의 최고출력은 204마력(150kW), 최대토크는 40.3kgf·m에 달한다. 스포츠세단인 스팅어와 비교하자면 출력은 디젤 2.2(202마력) 모델과 비슷하고 토크는 36.0kgf·m의 2.0터보 모델을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전기차인 니로EV는 이 같은 동력성능이 어떤 속도에서도 균일하게 나오기 때문에 과할 정도로 힘이 넘쳤다. 다만 스포티한 주행을 목적으로 개발된 차량이 아닌 만큼 최고속도는 시속 178㎞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경쾌한 거동을 보여주자 내친 김에 스포츠모드로 세팅해봤다. 동력성능 변화가 크게 체감되진 않았지만 힘을 더 쓰는 것을 생색이라도 내듯 모터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일반모드에서도 충분한 동력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커지는 스포츠모드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실제로 시승 당시 스포츠모드를 사용하다가 순식간에 주행가능거리가 줄어 크게 당황했다. 주행가능거리가 약 40㎞ 이상 감소해 복귀까지 남은거리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에코플러스’ 모드로 전환한 뒤 저속주행해 도로에서 멈추는 불상사는 피했지만 스포티한 운전습관을 가진 운전자라면 주행가능거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니로EV의 2열 공간(위)과 트렁크 공간. (사진=박경보기자)
니로EV의 2열 공간(위)과 트렁크 공간. (사진=박경보기자)

또 니로EV에 적용된 다양한 첨단주행기능도 전기차로서의 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보탰다. 기본 적용된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차로 유지보조(LF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운전자 주의 경고(DAW) 등을 비롯해 고속도로 주행보조(HDA)와 하이빔 보조(HBA) 등도 선택할 수 있어 운전 편의성이 극대화 됐다. 특히 HDA는 급커브 구간만 아니라면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어 수시로 아이를 신경써야하는 ‘아빠’들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현대·기아차의 반자율주행기술은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고 믿음직스러웠다.    

◆ 총평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은 각국의 환경규제와 맞물려 친환경차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는 물론 쏘울EV 등 다양한 신차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크다. 특히 니로EV는 국내 판매되는 전기차 가운데 ‘패밀리카’로 가장 적당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충분히 넓은 실내공간은 물론 긴 주행가능거리, 각종 첨단 안전사양을 갖춘 니로EV는 전기차가 갖춰야할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는 팔방미인이다. 게다가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서울 기준으로 3000만원 초반대에 구입이 가능해 중형SUV와 가격 차이가 없다. 친환경차를 구입하려는 ‘가장’이라면 가족을 위한 전기차로 니로EV를 첫 손에 꼽아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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